자치통감은 어떤 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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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자치통감』의 저자 사마광은 당시의 급진적 개혁가로 꼽히는 왕안석(王安石·1021~1086)과 대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왕안석은 유가(儒家)에서도 혁명적 이론을 포함하고 있는 맹자를 존중했다. 이와 달리 사마광은 맹자 이전의 공자로 돌아가 점진적 개혁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치통감』에는 왕안석의 이상주의에 반대하는 논조가 곳곳에 배어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치통감』은 그 방대한 분량 때문에 양을 줄여 가공해 펴낸 책만 1백여 종에 이른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통감절요(節要)』와 『자치통감강목(綱目)』이다.

송나라 후기의 학자 강지(江贄)가 펴낸 『통감절요』를 흔히 『자치통감』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통감절요』는 『자치통감』 원문의 중간을 잘라내 분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사건의 앞 뒤 문맥에 대한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주자(朱子)가 펴낸 『자치통감강목』도 분량을 줄였지만 이 책은 특히 주자학(朱子學)의 정통론(正統論)에 입각해 주자가 새로 편집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주자는 당시 거란족이 세운 금나라에 밀려 남쪽으로 쫓겨갔던 송나라 사람으로 한족(漢族)의 혈통론을 민족적 자존심으로 내세우며 주자학의 정통론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예컨대 삼국지의 주요 인물인 조조·유비·손권 가운데 한나라 출신의 유비를 정통으로 내세우는 식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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