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세기 포스터 100년전']'시대의 증언' 포스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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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회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하지만 포스터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전시물이 아니며,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전보와 비슷한 것이다.

포스터는 뉴스의 발원지가 아니고 단지 전달만 하기에 아무도 그에게 의견을 묻지 않는다.

명료하고 적당하며 또 정확한 중계를 요구할 뿐이다."

프랑스의 디자이너 카상드르(1901~68)가 포스터에 대해 내린 정의다.

광고와 선전의 역할을 안고 태어난 포스터는 힘이 센 매체였다. 20세기 시각예술 운동을 소비자 매체로 전환시켰고, 회화의 형식과 방향에도 영향을 끼쳤다.

전쟁의 세기였던 20세기에 1,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널리 알린 것도 포스터였다.'국가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징집과 모병 포스터는 역사를 움직인 시각물이자 시대를 증언하는 사료로 남았다.

1866년 포스터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작가 쥘 셰레(1836~1933)가 파리에 있는 자신의 인쇄소에서 다색 석판 포스터를 제작하기 시작한 지 1백30여년, 그 포스터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23일부터 9월 1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신관에서 열리는 '20세기 세계의 포스터 100년'전이다. 김혜경 디자인연구소와 두성종이가 주관하는 이 기획전은 '거리의 미술관'이라 불려온 포스터가 걸어온 1백년의 상황을 걸작 포스터 1백20여 종으로 정리한다.

출품작들은 세계의 포스터 수집으로 이름난 일본의 '다케오 포스터 컬렉션'에서 뽑은 것들이다. 현재 도쿄 다마미술대학 부속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컬렉션은 포스터가 현대 미술사에 기여한 점을 잘 보여준다.

캉캉 춤의 발랄함을 표현했던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으로부터 찰스 레니 매킨토시, 무하 등 1백여년 남짓한 기간 중 많은 예술가의 관심을 끌었던 이 젊은 매체는 순수미술보다 강한 점이 많았다.

포스터는 아르 누보·상징주의·입체주의·아르 데코·바우하우스·팝 아트 등 대부분의 미술 사조와 운동에 침입해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되면서 생명력 넘치는 예술 형식으로 환영받았다.

포스터 역사의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셰레의 석판화가 예술적이라면, 근작인 블라디미르 체슬러의 '마약 소멸 운동'을 위한 경고 포스터는 징그러울 지경으로 마약의 폐해를 직설적 이미지로 제시한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포스터는 여전히 매력있고 효과적인 매체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이 거리의 벽화가 지닌 가능성을 쿠바의 비평가 에드문도 데스노에스는 이렇게 요약했다. "집안 벽이나 창문에는 새로운 포스터와 빌보드가 달력과 그림 옆에 나란히 걸린다." 입장료 어른 3천원, 학생 1천5백원. 02-399-1772.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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