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風'으로 新黨 주도권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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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자연대(漢東·朴槿惠·仁濟·鄭夢準)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그분들을 만난 적 없다.이미 결정된 것처럼 말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국민경선에 의한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의)국민참여 경선은 성공한 정치실험이다.그러나 어느 경선이든 후유증이 상당해 대선후보 경선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19일 정몽준 의원 측이 독자신당 창당 구상을 언론에 밝힌 뒤, 鄭의원은 김포공항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대선 출마복안'을 보다 구체화했다. 신당에 대한 의중도 상당히 드러났다.

그는 '독자신당'이란 용어를 직접 쓰지 않았다. 모호한 표현이 여전히 있었지만 그래도 남들이 추진하는 신당 논의에 끼어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鄭의원과 측근들에 따르면 鄭의원은 처음부터 '4자연대'에 의한 제3신당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지리산 등반에서 20여명의 지인들은 대부분 "鄭의원이 4자연대 신당 논의에 참여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데다 고만고만한 대선 예비주자들 중의 한명으로 전락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鄭의원도 "나는 혁명적 정치변화를 바라는 국민통합당을 만들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사람을 빼면 안된다는 얘기를 한 것뿐인데 언론이 나를 4자연대니 뭐니 하면서 거기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구정치인들과 비슷한 비중으로 신당에 참여할 경우 후보와 대표 선정,공천권 배분 등 소모적인 제몫 챙기기에 시달리면서 이미지 손상은 물론 신당 자체에 대한 비판여론이 조성될 것이라고 鄭의원이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鄭의원이 4자연대에 거론되는 정치인 중 박근혜 의원에게만 호의를 표시할 뿐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배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대선시장에서 치솟는 몸값을 바탕으로 독자신당을 만들어 다른 세력을 흡수하려 한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鄭의원은 또 국민경선이나 대의원 경선에 의한 대선후보 선출에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당 전체의 '합의에 의한 추대'가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鄭의원은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후보 측으로부터 "우리와 함께 신당을 하자. 경선으로 깨끗이 승부를 가리면 될 것 아닌가"하는 취지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鄭의원은 "국민경선을 약속한 건 당신이지 내가 아니다. 경선을 조건으로 걸면 곤란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鄭의원의 독자신당에 대해 민주당과 제3신당 추진세력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지도를 바탕으로 몸값을 올려 보겠다는 의도"(민주당 중진의원), "거품이 빠지면 혼자 당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될 것"(제3신당 추진 의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무현 후보 측의 한 의원은 "먼저 독자신당의 모양새를 갖추고 지지율을 유지해 대선 막바지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논의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이 경우 여론과 한나라당 등의 검증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이점도 있다.물론 鄭의원 측은 이런 분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전영기·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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