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갤러리 건축 해외거장 '경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한국의 미술관과 화랑 설계에 뛰어들고 있다.

이다미 준·마리오 보타·장 누벨·렘 쿨하스·뱅상 코르뉴 등이 그들로 우리 화랑 건축에 새 바람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랑스 건축가 뱅상 코르뉴는 지난 5월 말 서울 통의동에 새 모습을 드러낸 대림미술관 증·개축에 참여했으며, 인사동 학고재 화랑 설계에는 일본인 이다미 준이 가세했다.

특히 삼성이 새 미술관 등 복합 문화공간 건립을 위해 추진 중인 '한남동 프로젝트'에는 세계 건축계가 손꼽는 마리오 보타·장 누벨·렘 쿨하스 등 스타급 건축가가 공동으로 참여함으로써 국제 건축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다미 준(65·이다미 준 건축연구소 대표)은 이미 온양미술관과 장욱진 기념관 설계를 통해 한국 미술계에도 그 이름이 알려졌던 인물. 그는 재일교포 3세로 한국 문화에 밝은데다 민화와 도자기 등 한국 고미술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건축주인 우찬규씨가 흔쾌히 그에게 설계를 맡긴 것은 바로 이 때문.

인사동에 대한 애정이 강한 이다미 준은 "조선백자처럼 단순하고 수더분하게 설계해달라"는 우씨의 주문에 "학고재 건물이 인사동의 전통을 함축한 랜드마크가 되게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특히 외벽 마감재를 전부 나무로 써 자연 친화적인 상징물로 인사동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말께 설계가 끝날 새 학고재 화랑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옥상에 야외 조각장을 갖춘 단출한 구조물이다. 지하와 1·2층은 학고재가, 3·4층은 문예진흥원이 임대해 인사 미술공간이 쓰게 된다. 9월 초에 공사에 들어가 내년 1월 말 완공될 예정인 이 건물은 2003년 6월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다미 준 회고전'에도 전시되어 세계에 한국 건축물의 위상을 높이게 된다.

서울 한남동에 2004년 모습을 드러낼 '한남동 프로젝트'는 고미술·현대미술·어린이복지를 융합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마리오 보타·장 누벨·렘 쿨하스가 각기 나눠 설계한다.

그 지역 재료를 쓴 토속성에 대칭적 구조의 합리주의 건축을 자랑하는 마리오 보타, 빛을 활용한 현대적인 테크놀로지와 화려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장 누벨,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부유하는 건축' '접고 꺾는 건축물'로 많은 건축팬을 확보했고 서울대 미술관을 설계한 렘 쿨하스 등 1급 건축가의 걸작을 한국이 보유하게 된 셈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우수한 소장품을 잘 엮어 유럽이나 미국의 유서깊은 미술관과 견줄 만한 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 건축주의 뜻이다.

대림미술관 리노베이션으로 호평을 받은 뱅상 코르뉴는 프랑스 파리의 '피카소 미술관' 설립 책임을 맡았던 미술관 전문 건축가. 통의동 주택가에 서있던 기존 집의 뼈대를 살리면서 습도와 빛에 약한 사진작품을 최대한 보호하는 공간을 만들어 증·개축의 좋은 본보기를 남겼다.

건축 평론가 전진삼(『월간 건축인 포아』 편집인)씨는 "지금 세계 건축계의 중심 테마 중 하나가 미술관과 전시공간인 만큼 국제적인 평가와 명성을 얻은 전문가들을 불러들여 집을 남기고 배우는 과정은 우리 건축계가 크는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