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사퇴 주장은 경선 불복" "옷만 바꾼다고 신당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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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 민주당 연석회의는 친노·반노측 간에 삿대질과 욕설이 오가는 등 시종 어수선했다. 갈등의 중심에 노무현 후보의 사퇴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회의 초반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 반노 측 중진인 안동선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후보와 한화갑 대표가 술수를 부린다고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이런 사기정당은 처음 봤다. 내 갈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좌중에선 욕설과 함께 "사기정당에 왜 있었어""내려와"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후보와 韓대표는 무표정하게 소란을 지켜봤다.

소동을 정리하고, 분임·종합토의에 들어갔으나 곳곳에서 후보 사퇴 문제와 신당 창당을 둘러싸고 친노·반노 간의 격론이 벌어졌다. 반노 진영의 핵인 이인제 의원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후보는 安의원이 퇴장한 뒤 기자협회 창립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20여분 만에 자리를 떴다. 후보는 安의원의 탈당 소식을 확인한 뒤 기자들에게 "체질개선을 하려면 살을 좀 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록.

◇후보 선(先)사퇴 공방

▶김명섭(金明燮)의원=어차피 신당이 뜨면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 한식(寒食)에 죽으나 청명(淸明)에 죽으나 마찬가지다. 던지는 게 노무현답다. 복싱에서도 두번 다운되면 코치가 타월을 던진다.

▶추미애(秋美愛)의원=반창비노(反昌非)연대가 대체 뭔가. 탈당을 원하시는 분은 가도 좋다고 결의해야 한다.

▶김경천(金敬天)의원=지방선거에선 중형을 선고받았고, 재·보선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후보의 결단이 필요하다.

▶정세균(丁世均)의원=공자님이 와도 지는 선거였다. 재경선이 곧 기득권 포기인데 그런 후보를 그만두라고 강요할 수 있나.

▶김영배(金培)의원=후보가 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하거나 신당창당추진위를 새로 구성해 전권을 줘야 한다.

▶천정배(千正培)의원=경선주자 중에 막말 하며 당 후보를 해치려는 분이 있다. 도의상으로 있을 수 없는 경선불복이다.

▶김경재(金景梓)의원=이회창 후보가 병역비리로 흔들린다. 찬바람이 불고 TV 토론하면 후보가 승산이 있다.

◇신당의 성격 공방

▶정동영(鄭東泳)의원=DJ가 당을 다섯개 만들고, YS가 네개, JP가 세개 만들었다. 국민은 신당을 열세번째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신당 얘기가 나오면 채널 돌린다. 집권 4년 만에 정몽준 입만 쳐다보고 있는 가련한 신세가 됐다.

▶설훈(薛勳)의원=노무현·이인제·한화갑 세력이 뭉쳐야 한다. 그러면 정몽준·박근혜도 들어온다. 세분이 골방에 들어가 얘기하라.

▶최선영(崔善榮)의원=민주당이 옷만 바꿔 입고, 모자만 바꿔 쓴다고 신당이 되지 않는다. 제로에서 출발하자. 후보도 입에 맞는 국민경선만 주장해선 안된다.

▶송석찬(宋錫贊)의원=민주당은 2선으로 후퇴하고 자민련과 정몽준·이한동·박근혜 의원이 신당을 만든 뒤 합당해야 한다. 후보는 사퇴하라.

▶이상수(相洙)의원=DJP 연대를 했지만 집권 후 여러 문제가 생겼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정체성 없는 당을 만들면 국민이 지지하겠나. 원칙없는 반창 연대는 옳지 않다.

▶한화갑 대표=공천장이 내 이름으로 나갔으나 장수들이 다 패했다.정치 하면서 (책임을)뭉개고 앉아 있지는 않겠다. 후보에게도 모험하라고 했다. 이 지경이 돼 답답하다. 조금만 시간을 달라.

◇연석회의 이후 세 계파 회동=중도파의 김근태·정동영·김원길·김영환 의원, 친노파의 송영길·이미경 의원, 반노 진영의 이희규·유재규 의원 등 13명은 연석회의 후 시내 모 호텔에서 회동했다. 친노 및 중도파 의원들은 집단이탈 조짐을 보인 반노 측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당 지도부가 선거 패배와 신당 논의 지연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강민석·나현철·서승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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