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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돈벌면 1원이라도 납세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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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P무역 朴모(40)과장의 지난해 소득은 4천5백만원. 그러나 연말정산 때 각종 공제를 받아 근로소득세를 한푼도 안냈다.

신고 내역을 보면 ▶본인·부양가족(노모·배우자·자녀 2명) 5백50만원▶신용카드 1천4백만원 사용으로 1백90만원▶의료비 4백40만원 가운데 3백만원▶교회 헌금 2백20만원 등의 소득공제를 받았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해 말 장기증권저축에 3천만원을 넣어 세액에서 1백50만원을 공제받은 것.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무색하게 하는 현실이다. 전체 납세자 가운데 실제 세금을 내는 사람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고, 그나마 내는 사람도 이런 저런 방법으로 줄여 내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봉급생활자 1천1백76만명 중 45%인 5백26만명이 근소세를 한푼도 안냈다.

면세자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으로 미국·캐나다(17%), 영국·일본(20%)의 두배 이상 된다.

여기에다 사택·차량 제공, 학자금 보조 등 월급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상 소득으로 볼 수 있는 부가 급여에 대해서도 과세가 잘 안되는 실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은 차량운영비 등 부가 급여에 대한 과세 기준을 정해 세금을 물리고 있다"며 "우리도 정확한 과세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은 면세점(免稅點)이 높아 저소득층의 세금이 적고, 부가 급여에 대한 특혜로 고소득층도 세금 부담을 던다"며 "그 결과 한국의 노동 대가에 대한 세율은 OECD 회원국(평균 33.4%) 중 가장 낮은 7.7%"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에 대한 과세는 더 심각하다. 세무 당국은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 때 매출의 30% 정도만 신고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0년 부가세 신고 사업자 3백39만명 중 부가세를 내지 않는 면세 사업자(연매출 2천4백만원 이하)가 42% 1백43만명에 달했다.

매출의 10%를 부가세로 내는 일반과세자와 달리 2~4%만 내는 간이과세자(연간 매출 4천8백만원 이하)도 23만명이나 된다.

이밖에 비과세 저축 등 정부가 여러 가지 이유로 깎아준 세금 또한 지난해 14조2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6%에 달했다.

조세 감면 규모는 외환 위기 이전까지 2조~3조원대에 머물렀으나 1998년 이후 급증했다.

LG경제연구원 오정훈 책임연구원은 "현 정부 들어 면세자와 조세 감면 규모를 늘린 것은 정치 논리와 국민 정서에 얽매여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꾸로 간 것"이라며 "그보다 세율을 전반적으로 내리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고현곤·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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