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재일동포 한남大 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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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모국 친구들의 뜨거운 우정을 영원히 못잊을 겁니다."

우리나라 대학에 다니기 위해 북한 국적을 버린 재일동포 3세 임성미(聖美·26·여)씨가 16일 한남대 아동복지학과를 졸업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그의 부모·여동생 등은 조총련계인 할아버지 때문에 북한 국적을 가졌다. 그러나 씨의 학업을 위해 1998년 국적을 한국으로 바꿨다. 씨는 초·중등학교 과정을 오카야마(岡山)현의 조총련 민족학교에서 마쳤다.

그는 시코쿠(四國)학원대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던 96년 자매학교인 한남대의 학생교류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당시 한남대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나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99년 대학을 졸업한 직후 유학 길에 올랐다. 한남대는 그를 위해 유학생 기숙사 등의 출입구에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고 강의실의 문턱을 없앴다.

같은 과 학생들은 대신 필기해 주는 등 그를 도왔다. 씨는 지난해 학우들의 도움으로 아동보호시설 현장 실습을 무난히 마쳤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씨는 삼륜 오토바이로 통학한다. 학교 안에선 전동 휠체어를 타고 움직인다.

"한국에 온 첫 해 휠체어를 타고 지리산 정상에 올랐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때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살아갈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씨는 그동안 한글로 시 2백여편을 지었다. 지난해에는 할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창원을 찾아 친척들을 만났다. 그는 이달 말 일본으로 돌아가 아동 복지시설에서 일할 계획이다.

대전=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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