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어닝시즌' 숨죽인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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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연초 주가 흐름을 좌우할 '어닝시즌(실적발표 시기)'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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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실적치를 추정하기에 분주하며, 이는 물밑으로 이미 주가에 속속 반영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가 오는 13일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기업들이 실적을 공개한다. 미국에서도 인텔.제너럴모터스(GM).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줄지어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해 연간 실적보다는 향후 실적을 가늠케하는 4분기 실적에 주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엇갈릴 실적 명암=주요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환율 급등.내수 침체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코의 경우 철광석 등 원자재 값 급등했음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와 엇비슷한 1조3000억원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대표적 내수주인 신세계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이 1300억~1400억원으로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적장세 분위기를 주도할 삼성전자의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조8000억~2조20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1분기(4조88억원)는 물론 3분기 실적(2조7424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주력 부문인 액정표시장치(LCD)가격의 급락에다 휴대전화의 수익성도 둔해진 탓이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증권시장의 예상치보다도 못하게 나올 경우 전체 장세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또 삼성SDI.LG필립스LCD.가스공사 역시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종목들로 지목했다. 이들 종목은 이런 예상을 반영해 최근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미국기업 실적 영향은 미미할 듯=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관심이다. 과거 경험을 보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유사한 국내기업들의 주가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해외 유사 업체들과 다른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데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달러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 등으로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투증권 김형렬 연구위원은 "미국 증시가 5개월째 상승흐름을 보인 것은 실적을 선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깜짝 놀랄만한 실적 발표가 없는 한 미국증시가 실적발표에 휘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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