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도 인테리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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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2층 가전매장 50여 곳에는 앞쪽에 형형색색의 냉장고가 진열돼 있다. 실내장식에 맞춰 냉장고의 표면 색깔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양문 여닫이형 냉장고가 매장마다 서너개씩은 늘어서 있다.

테크노마트의 김용우 부장은 "인테리어 개념을 강조한 양문 여닫이 냉장고를 찾는 고객이 올 초에 비해 두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집안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양문형 냉장고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테크노마트·하이마트 등 전자유통업체에 따르면 전체 양문형 냉장고 판매량 중 인테리어형의 비중이 연초에는 15~20% 정도였으나 요즘에는 30~35%에 달하고 있다.

◇인기 비결은=냉장고의 주류는 일반 냉장고에서 양문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양문형 냉장고는 30만대 이상 팔려 전체 냉장고 판매의 50%를 넘어섰다. 테크노마트·하이마트 등에서는 혼수용품으로 팔리는 냉장고 중 70% 가량이 양문형이다. 지난해 이맘 때는 50% 정도였다.

양문형이 비싼데도 잘 팔리는 것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인테리어와 디자인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냉장고는 용량이 대부분 6백ℓ 이하이고 양문형은 6백ℓ 이상이 많다. 기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일반 냉장고의 색은 공장에서 나올 때 이미 정해지는 반면 양문형은 소비자가 표면의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겉표면을 붙였다 뗐다 할수 있는 탈착식 인테리어형이 변화를 추구하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색상은 여러가지여서 싫증이 날 경우 일정액(10만~15만원)을 들여 다른 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양문형 냉장고는 겉표면의 형태에 따라 엠보싱·인테리어·티타늄 등 세 종류로 나눈다. 엠보싱형은 가전회사가 양문형을 보급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으로 표면이 일반 냉장고처럼 한 색상으로 밋밋하게 도색돼 있다. 가격은 1백20만~1백40만원대로 싼 편이다.

요즘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테리어형은 앞면의 유리 패널을 4~10가지 선택할 수 있게 돼있다. 가격은 보통 1백70만~2백20만원선이다.

티타늄형은 철로 된 겉표면을 특수처리해 티타늄과 같은 느낌이 나게 만든 제품인데 1백70만~2백20만원대다.

현재 값이 싼 엠보싱형이 양문형 냉장고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장이 인테리어형으로 급속히 이동 중이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올초까지만 해도 엠보싱·인테리어·티타늄의 판매 비율이 7:2:1이었지만 요즘엔 5:3.5:1.5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고급형 속속 출시=외관·기능을 강화한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3백만원대 제품까지 선보이고 있다. 용량도 갈수록 커져 7백50ℓ급까지 나왔다. 액정화면을 부착해 TV시청과 인터넷이 가능한 LG 인터넷 디오스는 5백만원 안팎이다.삼성은 냉장고 앞면의 패널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인테리어 지펠 네오스페이스를 출시했다. 식품 종류에 따라 보관을 달리하는 디지털 온도조절 기능을 추가하고 색상도 여섯가지로 다양화했다. 가격은 3백40만원대로 기존 지펠 제품보다 50만원 정도 비싸다.

이에 맞서 LG는 열가지 색상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페이스 디오스를 내놓은 데 이어 전력소비·소음을 줄인 3백60만원대 인버터 디오스를 출시했다. 삼성·LG 모두 10만~15만원의 비용을 내면 냉장고 패널을 다른 색상으로 교체해 준다.지난해 클라쎄 브랜드로 양문형 냉장고를 처음 출시한 대우전자는 오는 10월께 후속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양문형 냉장고 시장에서 국산 제품에 밀려 점유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외국산은 소음이 크고 전력을 많이 소비한다는 고질적인 단점을 보완해 공세에 나서고 있다. GE·아마나·월풀 등의 제품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데 가격은 대부분 3백만원대로 동급의 국산보다 30% 이상 비싸다.

부가기능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 냉장고 문에 음료수 등을 넣어두는 홈바가 있으면 기본형에 비해 20만원 정도 비싸고, 물·어름이 나오는 디스펜서가 있으면 40만원 정도 비싸다.

김준현·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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