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참여… 임대 사업… 해외 투자… 부동산펀드 전방위 확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부동산 펀드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사업에 자금을 대주고 이자를 받는 일률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부동산 경매나 임대로 수익을 올리고, 해외의 부동산펀드에 재투자하는 등 돈 굴리는 방식과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국내 부동산시장의 전망이 전반적으로 흐린 가운데, 부동산펀드는 이처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생존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이런 노력 덕분에 최근 부동산펀드들은 나오는 즉시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경매.임대료로 수익 올려=현대증권은 24일부터 국내 최초로 부동산 경매펀드를 판매한다.이 펀드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법원의 부동산 경매나 공매에 참여해 돈을 불리도록 설계됐다. 현대증권 이완규 상품개발팀장은 "요즘 부동산시장이 불황이어서 오히려 경매.공매 투자하기에는 적기"라며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높은 수익을 낳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부동산펀드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온 맵스자산운용도 최근엔 좀 다른 펀드를 내놨다. 지난달 말 판매한 '맵스 프런티어 부동산 펀드5호'는 서울 송파구의 동원증권 빌딩을 사들여 3개월마다 임대료를 배당하고, 빌딩값이 오르면 매각을 통해 추가 수익도 얻도록 만들어졌다.

이 회사의 김승길 상품개발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기존 방식의 상품은 내놓기도 어렵고 위험도 커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부동산 펀드를 내놨다"며 "펀드모집액 187억원이 금방 모일 정도로 반응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또 산은자산운용은 기존 부동산펀드처럼 아파트개발사업 대출채권에 투자하지만, 투자 사업을 4곳으로 다각화하고 만기를 3개월~26개월로 다양화한 펀드를 내놔 980억원을 모았다.

◆해외 부동산에도 눈독=해외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를 판매했다. 우림건설 미국법인이 진행하는 이 펀드는 미국 캔자스시에 있는 오피스 빌딩을 호텔형 고급 아파트로 개조해 분양하는 사업에 투자한다. 한투증권은 "펀드 모집 금액인 270만달러가 모두 조기에 마감됐다"고 밝혔다.

해외의 부동산펀드에 재투자하는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도이치투신운용은 이르면 1월 중 아시아.유럽.미국의 부동산투자신탁(리츠)에 자산의 30%정도를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펀드오브펀드는 부동산 실물 투자 펀드들과 달리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도이치투신은 또 해외의 계열사에 위탁 운용하는 해외 부동산 펀드도 검토중이다. 앞서 대한투신운용도 지난달부터 부동산과 귀금속.천연자원 등 해외실물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를 개발, 국민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런 부동산 펀드들은 은행 이자의 2~3배에 이르는 수익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대투운용의 장필균 상품팀장은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은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업황을 잘 살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혜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