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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비둘기 뼛속의 납 시골보다 16배 많이 검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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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청정지역인 서해 덕적도는 물론 공업지역인 울산·여천지역의 비둘기에 비해서도 높은 농도의 중금속이 자동차가 많은 서울지역의 비둘기 체내에서 검출됐다.

호남대 이두표(李斗杓·생명과학과)교수팀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8회 세계생태학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서울의 야생 비둘기에서는 뼈 1g당 평균 29.5㎍(마이크로그램·1천분의 1㎎)의 납이 검출돼 덕적도 비둘기의 16배나 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부산·울산·경기도 안산·전남 여천·서해안 덕적도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야생 비둘기 8~12마리씩 모두 60마리를 채집, 국내 처음으로 체내 납과 카드뮴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측정 결과 부산지역 비둘기의 뼈에서는 평균 23.8㎍, 울산지역에서는 24.6㎍의 납이 검출됐으며 공단지역인 경기도 안산지역은 10.5㎍, 전남 여천지역은 2.13㎍이 검출됐다.

콩팥 조직의 납 축적량 역시 서울 비둘기가 4.13㎍으로 가장 많았고 덕적도는 1.45㎍로 가장 적었다.

비둘기 뼈에서 측정한 카드뮴은 울산지역이 1.27㎍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1.05㎍, 부산 0.66㎍, 덕적도 0.06㎍으로 나타나 도시지역이 청정지역보다 최고 20배 이상 됐다.

연구팀은 공단지역에 비해 서울·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서 납이 더 많이 나온 것은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무연 휘발유라고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 연료에는 소량의 납이 포함돼 있으며 자동차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된 납이 공기 속을 떠돌다가 땅에 쌓이면서 토양이 오염된다는 것.

李교수는 "비둘기 몸속에 중금속이 쉽게 축적되는 것은 오염된 땅에 떨어진 먹이와 함께 소화를 위해 작은 돌멩이를 주워먹는 습성 때문"이라며 "비둘기가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李교수는 또 "중금속에 노출된 어린이의 경우 시력감퇴·성장저해와 말초신경 장애 등이 올 수 있다"며 "특히 대도시 놀이터의 흙이 중금속으로 오염될 수 있으므로 어린이들이 더러워진 손을 입에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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