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형 선생 딸 여원구씨 친척 11명 눈물의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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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명구(여원구의 사촌)의 처(妻)입니다."

"오, 그래요, 그래요."

여명구씨의 부인인 오세연(73)씨가 여원구(呂鴛九·74) 북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중앙위원회 의장의 손을 잡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15일 오후 2시40분쯤 8·15공동행사(민족통일대회)가 열리는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 무궁화볼룸에서 깜짝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지난 14일 부친인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선생의 묘소(서울 수유동)를 참배한 呂의장은 이날 친척까지 극적으로 만났다. 呂의장의 10촌 친척인 여익구(56)씨가 불러 모은 것이다.

呂의장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연신 "명구 오빠의 처 되십니까"라며 생전 처음 만났지만 혈육의 정(情)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듯 오씨의 뺨을 비볐다.

함께 자리를 한 윤기수(呂의장의 또 다른 사촌의 부인·77)씨도 말을 잇지 못하고 "대구에서 친척들이 오늘 서울로 올라왔다"며 呂의장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날 상봉을 위해 친척들은 대구에서 8명,서울에서 3명이 행사장에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呂의장을 처음 대면한 것이다.

여익구씨는 "다시 언제 올줄 모르는데 어렵게나마 친척들을 만난 게 너무 기쁘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친척들 외에 몽양 선생의 비서관이었던 이기형(84) 민족작가협의회 고문도 "몽양 선생을 뵙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呂의장과 손을 맞잡았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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