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등에 업고 연예 권력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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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금 제 곁엔 김승현씨가 없습니다. …허전합니다."

14일 오전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김승현입니다(FM 95.9㎒)'는 양희은씨 혼자 진행했다. 공동진행자인 김승현(42)씨가 지난 13일 검찰에 불려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SBS는 일요일 아침 인기 프로그램인 '도전 1000곡' 녹화를 13일 취소했다. 金씨가 메인 MC를 맡는 프로그램이다.

작곡가 겸 가수 주영훈(33)씨도 12일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방송출연을 중단했다. 朱씨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14일 밤 서울지검에 자진출두했다.

KBS는 '서세원 쇼'의 막을 내려야할 형편이다. 진행자인 개그맨 서세원(45)씨가 지난달 30일 중국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는 탓이다.

혐의는 다르지만 세 사람은 모두 돈과 관련된 비리에 연루돼 일시적이나마 방송가를 떠난 상황이다.분야는 다르지만 세 사람은 모두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성공사례들이다. 그들은 왜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렸을까.

◇MC 김승현=2000년 1월 자신이 진행을 맡은 SBS '머리가 좋아지는 TV'에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낚시게임기를 소품으로 사용하고 주식 2만주를 받은 혐의다. 업무상 배임수재죄에 해당하지만 金씨는 검찰 조사에서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비슷한 일이 관행화돼온 탓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기획과 구성은 온전히 방송사와 PD의 몫이다. 그러나 일부 영향력있는 MC나 작가는 탄탄한 실력과 다양한 인맥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제작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자수성가한 金씨는 재치 있는 애드립과 매끄러운 진행, 광범한 인맥으로 방송가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MC다.

◇작곡가 주영훈=지난 12일 방송사 PD들에게 가수들의 방송 출연을 부탁하며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로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朱씨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에 대해 음반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숱한 히트곡으로 스타제조기란 정평이 난 그가 뭐가 부족해 돈을 써가며 로비를 하겠느냐는 의견이 적지않다. 朱씨는 실제로 '트위스트 킹' '배반의 장미' '미녀와 야수' 등을 작곡해 몇몇 가수들을 톱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朱씨는 신인가수 K-POP의 음반제작자로 나섰지만 반응이 좋지 못했다. 신인가수를 띄울 경우 제작자가 얻는 수익도 커지기 때문에 로비에 공을 들이는 일은 흔하다.

일부에서 "작곡가로 대성공을 거둔 朱씨가 제작자로 나서면서 무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나오는 이유다.

◇개그맨 서세원=시민단체인 문화개혁시민연대(문화연대)는 그간 '서세원 쇼' 폐지를 주장하며 "서세원씨가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 권력화됐다"고 지적했다. 徐씨가 자신과 가까운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등 프로그램 제작에 간여해왔다는 소문에 근거한 주장이다.

그만큼 徐씨는 성공했다. 방송가에서 성공한 그가 꿈을 펼친 곳이 영화 '조폭 마누라'다. 그 제작과정에서 일부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혐의로 검찰의 추적을 받아왔다.

徐씨는 출국 직후 "5일께 돌아오겠다"고 연락해왔으나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 KBS '서세원 쇼'는 이번 주부터 리얼시트콤 '청춘'으로 대체됐다.

일부에선 프로그램 폐지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KBS는 프로그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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