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기자의 미국생생교육] 애프터스쿨·SAT대비반 … 보낼 곳은 많은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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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름방학이다. 전국 교육구마다 주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으로 여름학교(summer school) 수업을 점점 줄이더니 올해는 아예 방학 내내 학교 문을 닫아버린 교육구가 태반이다. 그렇다고 부모도 함께 휴가를 받아 아이들과 집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루 종일 애프터스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비용도 덩달아 2배 이상으로 뛴다. 4주 프로그램에 1000달러가 훌쩍 넘는다. 게다가 금요일에는 야외수업이니 교양수업이니 하면서 테마파크 등 인근 학습 현장으로 나가면서 50달러 이상이 추가된다. 여기에 스포츠 캠프, 리더십 캠프, 교회 여름학교 등의 추가 비용까지 합치면 방학 동안 부모들은 최소한 2000~3000달러를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야말로 등골이 휘지만, 대입 학원들은 여름 한철 장사로 1년이 유지된다고 할 정도로 고교생 대상 SAT 대비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집중 코스로 운영되는 SAT 대비반은 평균 3000달러. 여기에 고교생들이 대입 지원 시 스펙으로 이용하기 위해 한 번 이상은 선교여행 등 외지를 다녀오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어 2000달러 정도의 여행 비용까지 떠맡아야 한다. 게다가 학교나 애프터스쿨이 걸어서 왕복하기에 불가능한 거리에 있는 것이 미국 사정이고 보니, 때론 아이들에게 교통을 제공할 사람을 별도로 고용(한 달 200달러 정도)하는 경우까지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방학을 이용해 자녀들과의 여행, 대학 캠퍼스 투어, 현장 학습 등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게 하는 기간으로 삼으라고 한다. 그러나 어서 속히 방학이 끝나기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 평범한 학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일 듯싶다.

김소영 미주 중앙일보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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