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보다 실천 중요" 남북 대표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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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약속 보다는 예전의 약속가운데 할 수 있는 것을 골라 실천가능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약속하는 회담이 돼야 합니다."(정세현 통일부 장관, 남측 수석대표)

"네, 옳습니다. 합의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천 분위기를 잘 만들어 합의 이행에 노력을 합칩시다."(김영성 내각 책임참사, 북측 단장)

12일 오전 11시50분쯤 제7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열리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본관 2층 다이너스티홀Ⅲ. 호텔에 도착한 뒤 열린 환영장에서 丁장관과 金단장은 입을 모아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약속 보다는 '실천'을 강조했다.

○…당초 예정보다 두시간 늦은 오후 6시부터 열린 1차 회의는 월드컵 얘기로 시작했다.

丁장관은 "36년 전 북한이 이탈리아를 이겼던 역사적 사실이 우리 선수·국민들에게 큰 자신감이 됐다"며 얘기를 꺼냈다.

이에 金단장은 "세계 언론이 '36년 전 북한이 이탈리아를 꺾은 길 위에서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며 축구뿐 아니라 6·15 남북 공동선언 이행도 슬기를 발휘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金단장은 회담시작이 늦은 것에 대해 취재진이 '불만족스러운 것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 29명은 마중나온 윤진식 재정경제부 차관 등 남측 대표 4명의 환영을 받았다. 양측은 공항 귀빈실 무궁화홀로 이동한 뒤 먼저 호우피해를 화제로 올렸다. 尹차관이 먼저 "집중호우로 남측은 인명·재산피해가 있었다"며 북측의 사정을 묻자 金단장은 "황해남도와 청천강 유역에 많은 비가 왔고 일부 지역은 최고 4백60㎜가 내려 인명 피해가 있었고, 농경지가 침수됐다"고 대답했다.

○…金단장은 공항에 입국한 뒤 배포한 서울도착성명에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남관계에서 일시 조성됐던 난관들을 극복하고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길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려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金단장은 또 "북남 쌍방은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기초해 이미 상정된 모든 문제들에 대해 훌륭한 합의를 이룩할 것이며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북측 대표단에 그동안 남북 장관급 회담에 단골로 참가했던 권호웅(일명 권민)내각참사가 빠져 관심을 끌었다.

권참사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여섯 차례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동안 장관급회담에서 남측 대표단과 공동보도문안을 놓고 최종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했다. 그동안 장관급 회담에서 단장 수행비서로 동행한 계봉일씨도 이번 대표단에서 빠졌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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