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총리의 교실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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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상주(相周)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절대 금연구역인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배를 피운 일이 알려져 교사와 학부모들에게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온 사회가 건강을 위해 금연운동에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학생 흡연 추방에 앞장서야 할 부총리의 '교실 흡연'은 실망스럽다.

교육부는 올해를 '학생 흡연 추방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학교 금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임 한완상 부총리는 지난 1월 폐암으로 투병 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씨를 찾아가 금연 명예교사로 위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해 남고생 흡연율을 24%에서 10% 이하로, 여고생은 7%에서 1%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학교별로 금연을 확산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부총리는 지난주 충북 청주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 교사·학부모 간담회 자리에서 "금연구역인 줄은 알지만 담배를 피워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담배 두 개비를 피웠다고 한다. 부총리는 방학 중 어른들만 있는 자리여서 담배를 피웠다고 했다.담배 한대에 웬 호들갑이냐고 하겠지만, 교육의 수장(首長)부터 금연원칙을 지키지 않을 때 우리 교육현장의 질서가 어찌 될지를 생각하면 소홀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올해 초 '청소년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우리 학생들의 흡연실태는 심각하다. 특히 여학생과 초등생으로 흡연층이 확산되는 추세다. 청소년들이 교복차림으로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눈에 띈다. 서울과 충북 등 각 교육청이 학교를 절대 금연구역으로 정해 학생은 물론 교사나 방문객까지 흡연을 금지한 것은 어른들이 솔선해 금연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뜻도 있을 것이다. 금연운동 이후 실제 담배를 끊은 교사들도 늘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부총리도 학생 흡연 추방에 기여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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