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로고 만들어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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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6일 서울 이태원 제일기획 건물 8층 사무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8시 무렵인데도 안영선(28·여)씨는 작업에 열심이다.

"마지막 수정작업을 하는데 잘 안되네요. 기본 컨셉트로 잡고 있는 정부와 시장 제3섹터 등 3자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개념이 좀더 부각되어야 하는데."

안씨가 하는 작업은 한국비영리학회의 로고 제작이다. 6월 초에 부탁받은 것을 지난 7월말 완성해 한국비영리학회 측에 보냈는데 약간 수정해 달라고 해 다시 작업 중이었다.

제일기획 디자이너인 안씨는 '러브디자인 봉사팀' 회원이다. 자원봉사 활동으로 국내 NGO(비영리시민단체)의 로고를 제작해 주고 있다. 제일기획에는 전체 디자이너 50여명 중 30명이 이 단체 회원이다. 이들은 재정이 어려운 시민단체나 중소기업의 로고나 소식지의 표지 등을 무료로 디자인해 준다.

러브디자인 봉사팀은 1999년 가을에 만들어졌다. 회사의 사회공헌 담당자가 비영리단체들을 돕자며 제안했다. 처음 10명으로 출발했지만 회원들이 계속 늘어났다. 이들이 그간 만들어 준 로고만도 2백여개에 이른다.

안씨만 해도 그간 사랑의전화 복지재단·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정다우리(소년소녀가장 복지단체)·구리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 10여 단체의 로고를 만들어줬다. 회원들은 주로 퇴근시간 후를 이용하지만 일요일에 작업을 하기도 한다.

안씨는 "내 능력으로 틈틈이 시간을 쪼개 로고를 만들다 보니 이들 단체들과도 가깝게 느껴지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보람도 생긴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작업이 그렇듯 이 일도 고되기는 마찬가지다. 회원들은 특히 비영리단체의 경우 뚜렷한 마케팅 전략같은 것이 없어 로고제작이 까다롭고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가능한 밝고 사랑의 이미지가 살아나도록 한다고 했다.

봉사팀의 이은영 간사는 "우리들이 제작해준 로고가 단체의 홈페이지나 소식지에서 볼 때마다 뿌듯하다"며 "계속해서 도움이 필요한 단체들은 정성을 다해 로고를 만들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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