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후반 도입한 할당제 큰 역할 북유럽선 여성의원이 30~4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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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에서는 여성의 의회 점유율이 30~40% 수준이다. 대통령·총리 등 각종 요직에도 여성들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가 80년대 후반부터 도입한 '여성 할당제'가 기폭제 역할을 했다.'여권(權)천국'으로 꼽히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1970년대까지는 여성의 정치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러나 모든 선거에서 '남녀 어떤 성(性)도 최소한 40%를 유지해야 한다'는 성별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여성의 정치참여가 급속하게 확대됐다.

프랑스는 2000년 6월 '남녀동수 공천법'을 만들었다. 이를 어긴 정당엔 국고보조금을 삭감하고, 선관위는 비례대표 접수를 거부토록 했다. 지난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 처음 적용된 이 법에 힘입어 여성 시의원 비율은 두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를 주도한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부드러운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정당 차원에서 여성할당제를 규정하고 이를 지키고 있다.

영국 노동당은 97년 총선을 앞두고 후보와 당직의 남녀비율이 50%가 되도록 당헌·당규에 규정한 뒤 은퇴하는 남성의원 지역구에 여성후보를 배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성의 정치참여를 늘렸다.

이 선거에서 노동당은 94명의 여성의원을 당선시켜 14명에 그친 보수당에 비해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다. 정당차원의 정치개혁이 성별 정치지형을 바꾼 셈이다.

미 의회 하원의 여성의원 비율(13.6%)은 10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증가했다.5명의 여성 주지사가 재직 중이고, 10만명 이상 도시 2백28개 중 41곳의 시장이 여성이다.

여성 정치인 양성을 목표로 창설된 전국여성정치연맹과 여성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는 민주당 '에밀리 리스트',공화당 '위시' 등의 조직적 지원에 따른 것이다. 이들 조직이 움직이면서 여성 투표율이 급증했고,여성 후보의 출마와 당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91년 여성의원 비율이 2.3%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중의원 4백80명 중 35명, 참의원 2백52명 중 43명으로 늘어났다. 평균 10%선이다.94년 비례대표 의석수를 대폭 늘린 선거법 개정이 계기였다. 또 지난해 4월 출범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내각에선 5명의 여성이 입각했다. 여성 정치파워의 신장이 빠른 속도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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