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 소프트 코리아] 2. 내세울 국가 브랜드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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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일본의 장인(匠人)정신을 다룬 TV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다.

가난하지만 꿈 많은 모잠비크 청년이 투자 이민을 온 일본인 스시 명장에게서 혹독한 수련을 받아 '블랙 마이스터(장인)'로 거듭난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화로 모잠비크인 사이에선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일본 상품에 대한 호감도 함께 상승했다. 한국무역협회 박진성 차장은 "문화 콘텐트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며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보듯 일본은 일본문화와 정신이 스며든 문화 콘텐트를 통해 국가 이미지 제고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뿐이 아니다.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4800만달러의 국가 브랜드 광고 효과를 냈고,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천혜의 자연 환경을 '100% 순수한(pure) 뉴질랜드'라는 국가 이미지와 접목해 관광객 유치에 큰 성공을 거뒀다.

태국의 '경이로운(amazing) 타일랜드', 말레이시아의 '진정한(truly) 아시아' 등도 서방 세계에 신비롭게 비춰지는 동양 문화를 국가 브랜드의 핵심 콘텐트로 활용한 사례다. 한때 미국 언론에 의해 갱들의 무법천지라는 오명을 샀던 푸에르토리코는 배우.음악가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이미지 개선 캠페인을 해 '서인도 제도의 하와이'란 이미지로 거듭났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한 국가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한국은 월드컵 등 국제경기를 유치했고 지명도 높은 기업들이 많은데도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회원사 4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3.2%가 "국가 이미지 때문에 해외 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나쁜 국가 이미지로 생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경험한 업체가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류'로 대표되는 소프트 경쟁력에서 국가 브랜드를 제고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의 장기적인 수익과 경쟁력의 원천인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한류를 활용하자."(하수경 산업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한류에 내재된 국가 이미지를 뚜렷한 실체로 부각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성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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