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주무대는 바그다드 시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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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워싱턴=김진 특파원]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대대적 공격이 시작되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사막 대신 바그다드 등 주요 대도시를 전장(戰場)으로 택해 시가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주된 싸움터는 사막이었으나 이번엔 대도시로 미군을 유인,시가지 전투를 벌이고,이 과정에서 이라크 민간인과 미군의 인명피해를 최대화함으로써 반전(反戰)목소리를 한껏 키워 미국을 압박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전국에 방영된 TV연설에서 미국을 '악의 세력(force of evil)'으로 규정하고 "어떠한 침략에도 맞서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전장은 시가지"=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미국 전·현직 정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후세인이 최근 지방 관리들에게 '시가지 전투에 대비하라'고 통보했으며, 이 내용은 이라크 망명인사와 반정부 인사 등에게도 알려졌다"고 전했다.

시가지 전투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커지면 반전 여론이 급등, 미국 내의 전쟁 반대 목소리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발목을 붙잡게 되고 국제사회도 전쟁 중단 요구를 할 것이라는 게 후세인 대통령의 계산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특히 '막판'에 몰린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대도시에서 사용하게 되면 미군과 민간인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미 정보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문은 "미군이 화생방 전투복을 착용하고 추가 장비들을 휴대한 채 힘겨운 시가전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걸프전 당시 사막에 배치됐던 이라크 정예 탱크부대와 중화기 등이 첨단장비로 무장한 미군 폭격기의 정밀 공습으로 무력화됐던 경험도 '시가지 전투'를 선호하는 배경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군의 공격이 예상되는 바그다드 시내 군사 목표물들은 이미 5백만 주민이 빽빽히 모여 사는 인구 밀집지역으로 분산 배치됐으며, 바그다드 시내엔 지하벙커와 탈출로가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악의 세력"=후세인 대통령은 8일 이란·이라크 종전 14주년 기념일을 맞아 행한 TV연설에서 "'악의 세력'은 자신이 들어갈 관을 등에 메고 다니다 수치스러운 실패를 겪고 숨을 거두거나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미국을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국제적으로 고립된 독재자의 허세"라고 일축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런던 소재 이라크 반체제 기구 이라크 국가의회(INC)의 샤리프 알리 대변인은 9일 "전쟁이 나면 이라크 국민 중 누구도 후세인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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