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佛'누벨바그의 아버지'를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영화사의 걸작 리스트에 항상 오르는 '게임의 규칙'의 감독 장 르누아르(1894~1979). 인상파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인 그는 롱테이크·딥포커스 등의 기법과 뛰어난 미장센을 이용한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시도해 프랑스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감독이었다.

'히로시마 내 사랑'의 알랭 레네가 "나는 내 나이 또래의 감독들처럼 '게임의 규칙'을 적어도 열다섯번 이상 보았다"고 술회한 것처럼, 그는 프랑수아 트뤼포·장 뤼크 고다르 등 누벨바그 감독들을 비롯한 후배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르누아르의 전성기 작품 열일곱편을 9~18일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자연과 인간의 작은 극장, 장 르누아르 회고전'에서 만날 수 있다.

'게임의 규칙'(39년)은 한 전원 주택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통해 사회의 부패와 계급의 모순을 짚은 작품이다. '거대한 환상'(37년)은 귀족출신 장교의 희생을 딛고 탈출하는 두 병사를 주인공으로 인종과 계급을 뛰어넘는 휴머니즘을 다뤘다.

이밖에 감독 자신의 아내를 여주인공으로 기용하는 등 열성을 다했지만 흥행에서 참패해 끝내 아버지의 그림마저 팔아야 했던 '나나', 전원을 배경으로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한 '풀밭 위의 오찬'등을 볼 수 있다. 관람료 회당 5천원. 02-533-3316.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