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파 60~70명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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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당 창당에 대비한 '친(親)노무현'측과 '반노(反盧)'측의 세(勢)불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공략 대상은 중도파 의원들이다. 현재 사태를 관망 중인 중도파 의원은 60~70여명 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들 중도파가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신당 논의의 '대세'가 좌우된다.

때문에 이들을 향한 친노-반노 진영의 '구애'작전이 매우 집요하다. 신당파는 지역별·계파별로 전담 의원을 지정, 이들이 친분 있는 중도파 의원들에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신당이 불가피하다"고 설득 중이다. 이에 맞서 盧후보 측은 김원기(金元基)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접촉과 설득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해당 의원들의 고민도 깊다.

수도권 출신 초선 의원은 "현실을 좇을 것인지, 아니면 명분을 따를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국민 경선을 통해 뽑은 후보를 주저앉히고 다른 후보를 낸다면 국민이 지지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의원들끼리 만나면 이런 고민을 얘기한다"고도 전했다.

이들의 고민은 이한동 전 국무총리·정몽준(鄭夢準)의원·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대표 등 이른바 '대안 후보' 3인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서도 배어 나온다.

재야 출신의 재선 의원은 "5공 인물(李전총리 지칭)과 재벌 후보(鄭의원)를 어떻게 지지해 달라고 호소할 수 있냐"며 "유신에 반대했던 인사들이 朴대표를 찍어달라고 할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재야 출신인 김근태 고문은 "朴대표는 이회창 1인 보스 체제에 비판적 역할을 했고, 李전총리는 DJP 정권에 대한 공로가 있다"면서 "3인은 모두 신당의 경선에 나설 자격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고민은 양쪽의 대결이 분당(分黨)으로 치닫는 조짐을 보이는 데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도를 표방 중인 이협(李協)최고위원은 "호랑이 그림을 그리려다 고양이 두마리를 그리는 것으로 끝날까 걱정"이라고 했다. 송훈석(宋勳錫)의원도 "분당은 안된다"고 말했다.같은 맥락에서 설훈(薛勳)의원은 "후보가 참여하지 않는 신당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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