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 병역비리 수사 참여 누가 왜 시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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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업씨가 군과 검찰의 병역 비리 합동 수사반에 참여한 과정과 역할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과의 맞고소·고발 사건으로 번진 이회창 대통령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 면제 의혹 은폐 대책회의에 대한 정보를 金씨가 복역 중인 상황에서 수사에 참여해 얻었다고 주장해 누가 어떤 목적으로 金씨를 수사에 참여시켰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金씨는 1998년 말부터 군과 검찰의 병역 비리 수사에 참여했다. 당시 군 수사 관계자는 "98년 5월에 시작된 병역 비리 수사의 진척이 더뎌 병역 비리 수사 전문가를 자처하는 金씨를 수사에 합류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씨를 수사팀으로 데려오는 데 앞장선 인물이 누군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金씨는 수사팀 합류 초기엔 서류만 봐도 뇌물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알 정도로 대단한 병역 서류 식별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의자 주장의 진위를 족집게처럼 찾아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金씨가 수사요원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수사팀 내에는 그를 옹호하는 쪽과 비판하는 쪽이 팽팽히 맞서게 된다.

金씨는 이후 2000년 3월부터 반부패국민연대가 제기한 전·현직 국회의원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 74명에 대한 3차 군·검 합동 병역비리 수사에도 참여했다.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이던 이승구(承玖)광주지검 차장은 "병적기록표나 신검부표에 대한 金씨의 탁월한 분석 능력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차장은 그러나 "지난해 2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병역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사실상 중단돼 金씨의 도움이 더 이상 필요 없었다"고 밝혔다.

金씨가 수감자 신분으로 본격적으로 검찰의 병역 비리 수사에 관여한 것은 2001년 6월 서울지검 특수1부장과 수사팀장이 박영관(朴榮琯)부장과 노명선(明善)부부장으로 바뀐 이후라는 분석이다. 金씨는 두달 전인 4월 6일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신분이었다. 朴부장과 부부장은 그러나 "金씨를 병역 비리 수사의 참고인이나 피의자와 대질 조사한 사실은 있으나 수사관 자격으로 조사를 시킨 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金씨가 수사 참여 과정에서 정연씨의 병역 면제 의혹 단서들을 포착했다면 왜 즉시 수사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金씨는 98~99년 수사과정에서 金모 전 국군수도통합병원 부사관에게서 "정연씨의 병역 면제 과정에 중간 알선자 등이 개입됐다"는 진술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김길부(金吉夫)전 병무청장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정연씨의 병역 면제 의혹 은폐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했다.

金씨는 지난해 3월 미국에 체류 중이던 金모 전부사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까지 다녀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폭로'를 준비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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