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명가’ 피아트 내년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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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소형차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피아트가 내년 한국에 진출한다.

존 켓(45·사진) 미국 크라이슬러 아시아·태평양 총괄 사장은 17일 “내년 초 법인 설립에 이어 이르면 상반기에 피아트 모델을 한국 소비자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크라이슬러 전시장이 아닌 별도 매장에서 피아트를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피아트는 소형차 ‘500’을 연말께 미국에서 시판하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국내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대주주다.

켓 사장은 크라이슬러 신차 그랜드 체로키의 10월 초 출시를 앞두고 딜러들과 만나기 위해 17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그랜드 체로키는 언론과 소비자로부터 ‘크라이슬러가 정신 차리고 신차를 내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수년간 철저한 반성을 통해 연비와 품질을 개선한 차”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차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이 까다롭다는 것은 미국 본사에서도 유명하다”며 “그랜드 체로키는 엄격한 피아트의 품질관리를 통해 출시가 석 달이나 늦어졌을 만큼 품질면에서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피아트 500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켓 사장은 “두 회사의 차종이 달라 1990년대 벤츠와의 합병보다 훨씬 강력한 시너지를 얻고 있다”며 “소형차에 강한 피아트와 중대형 세단 및 SUV에 강한 크라이슬러 기술력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의 부품업체를 앞다퉈 찾는 것에 대해 “미국 본사에서 파견된 구매전담 부서를 한국에 둘 만큼 관심이 많다”며 “올해 3억 달러 이상의 부품을 한국에서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회계사인 그는 2005년 중국 상하이차(SAIC)에 몸담은 경험이 있다. 당시 SAIC의 자회사였던 쌍용자동차의 재무담당 부사장을 맡아 한국을 잘 아는 편이다. 2008년 1월 크라이슬러에 합류했다.

피아트는 지난해 6월 파산보호에 들어간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인수해 대주주가 됐다. 당시 피아트는 인수대금을 한 푼도 지불하지 않고 소형차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내세워 화제가 됐다.

인수와 함께 크라이슬러 회장으로 부임한 세르지오 마르티오네(58) 피아트 회장은 즉각 구조조정에 나섰다. 보고 라인이 많았던 피라미드 조직을 수평 구조로 바꿨다. 마르티오네 회장이 100여 개 사업부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형태다. 그는 주말도 쉬지 않고 일을 해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CEO로 유명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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