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지부진 … 부지 80% 아직도 그린벨트 묶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16일 정부 과천청사의 지식경제부.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이시종 충북지사가 최경환 장관을 찾아왔다. 그는 이런저런 지역 현안을 늘어놓다 “충북경제자유구역은 준공 또는 조성 중인 산업단지 위주로 계획했기 때문에 국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경제자유구역 조기 지정을 요청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김윤식 경기 시흥시장과 김철민 안산시장, 그리고 민주당 조정식(시흥을)·김영환(안산 상록을) 국회의원이 만났다. 이들은 시흥과 안산이 위치해 있는 경기만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추가 지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바로 옆 인천경제자유구역처럼 경기도에도 경제자유구역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지난 12일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조기 지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이 채택됐다. 도의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에 건의하는 수순의 일부였다.

경제자유구역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정부에 추가 지정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일찌감치 추가 지정을 신청한 전남 서남권을 포함해 이들 세 군데까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우리나라 경제자유구역은 6곳에서 10곳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1도 1구역’이 되는 셈이다.

지자체들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매달리는 것은 앞서 지정된 6곳의 개발 성과가 좋아서가 아니다. “다른 지역에는 있는데 왜 우리는 없느냐”는 경쟁 심리 때문이다. 정치적 필요와 지역적 요구에 따라 나눠주기 식으로 이뤄졌던 과거 정부의 지정 사례들이 낳은 학습 효과다.

정부가 지역의 기대심리를 부추기기도 했다. 충북 지역의 경우 정부가 세종시 신안을 추진하면서 추가 지정을 지원하겠다고 은근히 약조한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과거 경제자유구역이 많이 지정돼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충북의 오창·오송 지역은 여건이 마련돼 있는 만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지정되는 경제자유구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본래의 구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결국 지역여론에 질질 끌려다니다 경제자유구역의 하향 평준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허귀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