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씨는 2008년 6월 집을 새로 짓기로 마음 먹고 관할 기관인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을 찾았다. 지은 지 70년이 넘어 노후해 붕괴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행위제한으로 건축물 신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백씨는 “보상을 받아 이주하기로 마음을 먹고 꾹 참고 살았다”고 말했다. 3년 전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입했던 경제자유구역의 초라한 현주소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외국자본을 유치, 환(環)황해권 경제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2008년 5월 6일 지정됐다. 아산만을 사이에 둔 충남 당진군(송악)과 아산(인주)·서산시(지곡)와 경기도 평택(포승)·화성(향남) 등 5개 지구다. 충남도와 경기도가 사업 계획을 수립한 뒤 지식경제부에 승인을 신청하는 절차에 따른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곳은 2008년부터 2025년까지 7조4458억원(민간자본 6조9204억원)을 투입, 자동차 부품산업, 전자·정보산업 단지 등으로 조성된다.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관세·법인세·소득세(5년간 100%) 감면 등의 인센티브 방안도 도입됐다. 그러나 당진테크노폴리스 대주주인 한화그룹이 “잠정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난관에 봉착했다. 당진테크노폴리스 박창희 상무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할 때 도저히 사업을 계속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당진군 내 미분양 아파트만도 600여 가구(6월 말)에 이르는 등 지역 경제 사정도 좋지 않다.
지금까지 황해경제자유구역청 외자 유치 실적은 양해각서(MOU) 체결 6건(2억5000만 달러)이 전부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 안병직 개발 2과장은 “2년 전부터 시작된 국제 금융위기와 송악지구의 비싼 땅값(3.3㎡당 60여만원)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청과 충남도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권희태 경제산업국장은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서두르는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하지만 구역 지정을 해제할 경우 마구잡이 개발 등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진=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