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배프로야구>박용택 신인왕 "탐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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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야구 LG선수들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선수들은 겨우내 지옥훈련을 치른 뒤 검게 그을린 피부에 움푹 파인 눈매를 하고 나타났다. 야구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멤버들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그 가운데서도 유난히 비쩍 마른 선수가 있었다. 고려대를 막 졸업한 신인 외야수 박용택(23·사진)이었다.

수려한 외모와 함께 공·수·주를 두루 갖춰 프로야구판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재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는 겨울훈련 도중 과로성 빈혈로 쓰러졌고, 결국 시즌 개막을 2군에서 맞이해야 했다. 쓰라린 데뷔였다.

그러나 몸이 회복되자 그는 펄펄 날았다.시즌 개막 열흘 만인 지난 4월 16일 1군 그라운드를 밟았고,이후 불방망이를 휘둘러 곧바로 주전 좌익수로 자리를 잡았다.

박용택은 지난주 여섯 경기에서 타율 0.522(23타수 13안타)로 주간 타율 1위에 올랐다. 특히 '서울 라이벌' 두산과의 2연전에서 내리 결승 타점을 때려 팬들의 뇌리 속에 이름 석자를 확실히 새겨 놓았다. '쿨가이(Cool Guy)'라는 애칭처럼 야구장에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박용택의 실력은 관리야구의 신봉자 김성근 감독으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김감독은 지난주부터 박용택을 붙박이 3번 타자에 기용했다. 이병규·김재현·서용빈 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그를 중용한 것이다. 게다가 '그린 라이트'까지 줬다. 그린 라이트란 벤치의 허락 없이도 주자 스스로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권리다. 신인에게는 상당히 파격적인 대우다. 뿐만 아니다. 작전을 많이 걸기로 유명한 김감독이지만 그의 타석에선 별다른 지시가 없다. 박용택의 방망이에 믿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박용택의 운동 실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1960~70년대에 경희대-한국은행 소속으로 농구코트를 누볐던 리딩가드 박원근(56)씨가 아버지다. 박용택은 중학교 때까지 야구와 농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키가 클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농구를 포기하고 야구를 택했다.

박용택은 6일 현재 타격 7위(0.311), 도루 6위(14개), 출루율 9위(0.385)에 올라 있다. 김진우(기아)·조용준(현대)·채병용(SK)과 벌이는 신인왕 경쟁 속에서 박용택은 유일한 타자로서 값어치를 올리고 있다.

박용택은 "지난주 3번타자로 고정 기용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신인왕 욕심도 있지만 중심타자로서 팀의 4강 진출에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오늘의 프로야구

현대(토레스)-LG(만자니오)<잠실>

기아(김진우)-삼성(엘비라)<대구>

두산(박명환)-SK(김상진)<문학>

롯데(김영수)-한화(정민철)<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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