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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 PC 대신 NC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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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히타치(日立)그룹이 사내 업무용 PC 30만대를 모두 사내 네트워크 단말기(NC : Network Computer)로 교체하기로 했다.

계열사를 통해 연간 60만대의 PC를 만들어온 이 회사에서 정작 PC의 모습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림 참조> PC로 인한 사내 정보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에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3일 "히타치가 올 봄에 시작해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그룹 내 모든 PC를 폐기하고 NC로 전환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 왜 NC를 도입하나=NC에는 정보를 기록하는 하드디스크 구동장치(HDD)가 없다. 따라서 개인적인 정보 저장과 입.출력이 불가능하다. 모든 데이터 정보와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는 본사의 중앙서버를 연결해야만 접근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사원들에게 별도의 인증장치를 배포해 네트워크 사용 때마다 접속할 수 있는 자격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설사 단말기가 통째로 도난을 당해도 고객정보와 제품개발 정보 등 내부 정보가 밖으로 새나갈 염려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 등 일상적인 업무는 PC를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할 수 있다. 히타치의 이 같은 결정은 오는 4월부터 전면 실시되는 개인정보보호법과도 관련이 있다.

일본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 정보가 유출될 경우 기업 책임자에게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히타치는 오는 3월까지 본사 정보통신부문에 NC 2000대를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그룹 내 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30만대의 PC 전부를 교체할 방침이다.

히타치는 현재 기업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는 PC도 자체 개발한 NC 쪽으로 점차 바꿔 나갈 방침이다.

신문은 "NC 가격은 PC와 비슷하나 시스템 관리와 유지비용은 30%가량 적게 든다"며 "정보 유출 방지에 기업마다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NEC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히타치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IT 붐' 당시 오라클 등이 네트워크 단말망을 추진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광대역 통신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비용이 비싸 보급에 실패했다. 현재에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일부 기업이 PC 없이 NC만 활용하고 있다.

◆ 국내에선=몇몇 대기업 등이 NC 도입을 검토했었으나 무산됐다. 우리나라에선 유독 사용자 개개인이 자신만의 컴퓨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너무 강한 데다 NC전용 응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정보기관에선 NC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국내 기업들은 개별 PC의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보안프로그램이 깔린 컴퓨터만 사용하도록 하고 자료 복사를 못 하도록 CD롬 사용을 금지했다.

안철수연구소 박근우 팀장은 "PC를 사용하면 개별 PC마다 보안을 점검해야 하지만, NC는 중앙 서버와 네트워크만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보안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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