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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여성 儒巾 착용 논쟁 <유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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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림(儒林)사회가 여성들의 유건(儒巾) 착용 논쟁으로 뜨겁다.

유건은 서원의 향사나 알묘(謁廟) 등의 의식 때 도포를 입은 뒤 머리에 쓰는 검은 베로 만든 유생의 예관이다.

논쟁의 발단은 퇴계 이황(李滉)의 위패를 모신 안동 도산서원 상덕사(尙德祠)가 지난달 22일 선비문화를 체험하러 온 여교사들에게 4백여년 만에 알묘를 허용하면서 비롯됐다. 한명숙(韓明淑)여성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도산서원 측에 사람을 보내 '여권(女權)신장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유림들이 여성들의 복장을 문제 삼았다. 여성들이 남성처럼 유건을 쓰는 것은 '비례'(非禮)라며 행사를 주관한 도산서원과 안동향교 등에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도산서원 측은 올해 초 당회에서 압도적 다수(3백90대 10)의 뜻으로 여성들의 상덕사 알묘를 결정했다. 여성들의 알묘 복장은 전례가 없어 유가의 의례에 따라 원삼에 화관으로 정했다. 그러나 원삼과 화관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일이 다가왔다. 도산서원 운영위는 행사일 나흘 전 여성의 복장문제를 재론, 성균관의 전례를 들어 남성과 같은 제복에 유건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1만 여성 유림을 대표하는 여성유도회 김행자(金幸子·59)중앙회장은 "성균관 석전제(釋奠祭)에서도 헌관이 아닌 참배 여성은 유건을 쓴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산서원 운영위원인 안동향교 유창훈(柳昌勳·73)전교는 "없는 의례를 끌어들인 것은 분명히 불찰"이라며 "내년부터라도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동=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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