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혹 전면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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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장남의 병역면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공방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민주당은 이 기회에 李후보를 잔뜩 흠집내겠다는 생각이다.이에 한나라당은 4일부터 방어에서 공세로 전략을 바꿨다. 한나라당에선 4일 박희태(朴熺太)최고위원과 정형근(鄭亨根)·홍준표(洪準杓)·최연희(崔鉛熙)의원 등 검찰 출신 의원들이 대거 나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례적으로 한인옥(韓仁玉)여사까지 진화작업에 가담했다.韓여사는 "(장남 병역면제를 위해 돈을 줬다는 주장은)발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법관 집안의 딸로 태어나 40여년간 법관의 아내로서 엄격하게 살아왔다"고 해명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을 통해서다.

朴최고위원은 "병역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는 사기꾼"이라며 "수사를 담당한 서울지검 특수1부 박영관 부장검사는 수사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朴부장은 병무사기죄로 수감상태에 있던 金씨를 올해 초 병무비리 수사에 참여하도록 한 장본인"이란 이유를 들었다. 한나라당은 5일 朴부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정형근 의원은 "민주당의 한 의원이 거액을 대주며 金씨를 배후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그도 金씨 주장이 조작된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C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민주당도 파상공세를 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는 한나라당의 朴부장 고발계획을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李후보와 韓여사에 대해 "당내 하수인을 내세우지 말고 스스로 진실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무슨 말로 둘러댄다 해도 두 아들을 모두 체중 미달이라는 수법으로 군에 보내지 않은 후보는 국군통수권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양당의 목소리가 갈수록 격앙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997년 대선 때 후보 아들 병역문제로 시달렸던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불을 끄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李후보 공격을 통해 당의 지지도를 만회하고 李후보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선구도에 변화를 주겠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양당의 사활을 건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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