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쌀 30만톤 지원 비공개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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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일 남북 양측이 7차 장관급 회담의 일정과 의제에 합의함으로써 지난해 11월 결렬된 후 첫 장관급 당국 대화가 마련됐다. 또 4월 초 임동원(東源)특사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돌파구를 찾지 못한 남북 간 교류·협력 합의사항의 실천이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9월 하순까지 이산상봉과 아시안게임이 이어지면서 한달여 동안 '북한 붐'이 일 전망이다.

<일정 참조>

◇공동보도문 어떻게 짜였나=다음달 말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 측이 참가하기로 합의한 점이 새로운 내용이다. 특사의 방북 때 제안한 것을 북측이 수용한 것.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BAGOC)측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에서 채화된 성화를 합쳐 통일염원을 담는다는 계획을 갖고 판문점 통과 등을 북측과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이 20개 종목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2백여명 규모가 된다.

적십자 회담의 재개와 추가 이산상봉도 고령 이산가족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의미있는 대목이다.무엇보다 금강산 상봉의 정례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과,적십자 회담에서 면회소 개설과 생사확인·서신교환이 이뤄질 기대를 다시 한번 갖게 됐다.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과 ▶개성공단 건설▶임진강 수방(水防)대책 등을 다룰 경협추진위 개최,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회담 등은 이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특사에게 약속한 4·5 합의문에 담겨 있다.북한 경제시찰단의 서울 방문과 군사당국자 회담 재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30만t의 식량 지원을 요청해옴에 따라 이를 논의하기 위한 경협추진위 개최가 우선순위로 놓일 공산이 커졌다. 대북 지원 여론을 조성하려는 정부 발걸음도 바빠지게 됐다.

아무튼 오는 12일 서울 7차 장관급 회담에서 이런 실행과제의 선후관계가 합의되면 남북간 당국 대화와 민간교류는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8·15 민족통일대회,부산아시안게임,9·8 남북 축구대회,경제시찰단 등 북한 인사들의 남한 방문이 속속 이뤄지게 돼 남측의 방북이 위주였던 남북교류도 균형이 잡히게 된다.

이런 북한 측의 대남 접근 의지가 대외관계 진전과 맞물릴 경우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는 이상적 국면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이봉조(鳳朝) 남측 대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경제관리 개선 조치 등 대내외 변화 모색을 위해 남북 당국간 대화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남측이 종결 발언에서 "7차 장관급 회담은 향후 몇개월, 그리고 그 후 몇년의 남북관계 청사진과도 관련이 있는 중요한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합의이행 탄력 붙을까=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많은 합의가 기대를 부풀렸지만 상당부분 공수표가 돼버린 남북관계의 부침을 감안할 때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 마무리를 위한 꼼꼼한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북한이 앞서 여섯차례의 장관급 회담 때 필요없던 실무접촉이란 디딤돌까지 만들며 조심스레 다가오고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비무장지대(DMZ)관련 사안이 대부분인 합의이행에 북한 군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변수다. 서해교전 유감 표명을 둘러싸고 북한 내부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불안요소다.

합의이행에 도사린 복병(伏兵)도 적지 않다. 당장 5일 시작할 해군 고속정 인양과정에서의 남북 간 충돌 가능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또 북측이 참가할 서울 8·15 행사나 오는 19일부터 치러질 을지군사연습도 북측이 시비를 걸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북·미관계로 가기 위한 정거장 정도로 여기는 구태에서 벗지 못하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남북 관계 향후 일정

◇8월

5일 서해교전 침몰 해군 고속정 인양 시작

6일 북한·유엔사 장성급 회담(판문점)

7일 북한 경수로 발전소 본체공사 착공

12~14일 7차 남북 장관급 회담(서울)

14~17일 8·15 민족통일행사(서울)

◇9월

8일 남북 축구경기대회(서울)

21일 5차 이산가족 교환 방문(금강산·예상)

29일 부산 아시안게임 북측 참가

◇미정

제4차 남북 적십자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2차 회의

금강산관광 활성화 2차 회담

북측 경제시찰단 서울 파견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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