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5년전 의혹 또 거론 아직까지 새 내용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 장남의 병역 문제가 다시 정치쟁점으로 떠올랐다. 의정(醫政)하사관 출신으로 검·군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했으나 병무사기 전과가 있는 김대업(金大業)씨가 지난달 31일 李후보 등을 검찰에 고소한 게 계기가 됐다.

"李후보 측이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를 했었다"는 게 金씨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李후보의 도덕성을 문제삼으며 맹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치졸한 정치공작"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李후보는 1997년 대선을 아들들의 병역 문제로 그르쳤다. 당시엔 李후보의 두 아들이 체중 미달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법을 위반한 사실은 나오지 않았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법대로는 아무 하자가 없었다"는 李후보의 해명은 병무행정의 공평성에 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던 서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민주당이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또다시 건드리는 것은 이같은 '서민 정서'를 노리는 측면이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약간의 수상한 점만 나와도 대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병역 문제만큼 민심을 흔드는 소재는 없다는 판단인 것 같다.

문제는 李후보 장남 정연(正淵)씨의 경우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제기한 각종 의혹은 97년에 나온 것들의 재탕·삼탕이다. 金씨는 최근 "97년 한나라당 J의원·K특보 등이 당시 병무청장과 함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대업씨와 함께 2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병역비리 의혹을 주장한 민주당 천용택(千容宅)의원이 국방부 장관·안기부장을 역임하며 지난 4년반 동안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연씨 병적기록표에는 사진도 없고, 지방병무청 대조 확인도 없다"며 변조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세환(朴世煥)의원은 당사자 사진이 없고, 지방병무청 대조 확인도 없는 다른 기록표 17장을 제시하며 "변조가 아니라 관리 부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