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암 대해부] 가난할수록 경험 적은 병원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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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일수록 수술 실적이 적은 병원을 많이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자료와 행정안전부 사망자료를 이용해 2002~2005년 위·대장·폐·유방·췌장·방광·식도 수술을 받은 환자 4만9897명이 소득·연령 등 사회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의료기관을 선택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소득층 위암 환자(3755명)의 42.5%는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연간 126건 이상)을, 28.4%는 중간인 병원(39~125건)을, 29.1%는 적은 병원(38건 이하)에서 수술을 받았다. 반면 저소득층(3675명)의 29.2%만이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을 찾았고, 33.4%는 중간 병원을, 가장 많은 37.4%가 건수가 가장 적은 병원에 몰렸다. 암센터는 수술 받은 환자의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등분해 분석했다. 대장암도 마찬가지다. 고소득층 중 가장 많은 37.6%가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에, 저소득층의 37.7%가 건수가 적은 병원에 몰렸다. 폐나 유방 등 다른 암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은 대부분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곳이어서 수술·치료비도 일반 병원보다 비싸다.

대도시와 그외 지역, 노인과 비노인 간에도 차이가 났다.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위암 환자가 수술 건수가 적은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대도시 거주자보다 11% 높았다. 대장암은 51%, 유방암은 30%, 췌장암은 48%가 각각 높았다. 65세 이상 노인도 수술 건수가 적은 병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위암은 54%, 대장암은 49% 높았다. 다른 암도 비슷했다. 또 중환자일수록 암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을 찾았다. 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에는 외래 환자보다는 응급실을 통해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국립암센터 박종혁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회계층별로 의료 이용에 있어서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비보험 진료비 부담, 취약한 사회적 네트워크, 정보 부족 등이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세계적인 암 학술지 ‘Annals of Surgical Oncology’ 인터넷판에 실렸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정수·황운하·이주연 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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