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인력이 마케팅팀서도 일해 … 도전정신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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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스웨덴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는 90년 가까운 전통에도 젊은 경영진이 이끄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최근 봉투를 갈아 끼울 필요가 없는 먼지통 방식의 새로운 ‘울트라액티브’ 소형 청소기 출시 행사로 방한한 올라 닐슨(41·사진) 아시아·태평양 사장을 만났다. 그는 아태 일대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청소기·소형제품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대표적 젊은 경영진 중 한 명이다.

닐슨 사장은 “일렉트로룩스에는 새로운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도전 정신을 우선시하는 독특한 인사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인사 시스템이다. 디자인 인력이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재무팀 인력이 영업부서로 이동할 수 있다. 부서 간 이동이 완전 개방됐다는 것이다. 또 필요하면 과감한 발탁 인사도 다반사다. 닐슨 사장도 30세에 호주 법인장을 맡았다가 4년 뒤 북유럽 영업총괄 자리에 올랐고, 2008년부터 아태 사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1994년 일렉트로룩스를 첫 직장으로 선택했던 이유가 이 같은 인사제도”라며 “북유럽 영업총괄을 맡으면서 마케팅과 디자인·연구개발을 전반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올 2월 일렉트로룩스 한국법인장에 35세의 정현주 마케팅팀장을 앉히면서 일렉트로룩스만의 인사 전략을 재확인했다.

일렉트로룩스 본사의 최고경영진도 대부분 40대로 구성돼 있다. 현재 볼보 트럭의 CEO인 리프 요한손의 경우도 40대 초반에 일렉트로룩스의 그룹 CEO로 일했다. 일렉트로룩스에는 젊은 CEO가 판단을 잘못 내리는 경우를 막는 장치도 있다.

지역별 CEO의 상사가 분기별로 실적을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가 발생할 조짐을 미리 간파할 수 있도록 했다. 닐슨 사장은 “‘조부모(Grandparent)’ 제도도 다른 회사에서는 보기 힘든 예방책”이라며 “채용과 해고를 결정하거나 주요 비즈니스에 대한 결론을 내릴 때 상사는 물론 상사의 상사에게도 물어보고 의견을 구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일렉트로룩스는 1919년 스웨덴의 일렉트론과 룩스가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가정용 생활가전에서부터 호텔·레스토랑용 전자제품까지 일렉트로룩스·AEG·자누시·유레카·프리지데어 등의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전세계 냉동·냉장고, 식기세척기, 세탁기, 청소기, 가스오븐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 세계에서 141억 달러(약 17조원)를 기록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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