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관심 끄는 울산 ‘지능형 교통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15일 오후 6시쯤 울산 번영로의 교통신호등. 가까운 쪽부터 순서대로 노랑→녹색→빨강 불이 켜져 있다. 한번 직진신호를 받고 출발하니 그 다음 교차로의 신호등들도 순차적으로 직진신호로 바뀌어 10여개의 교차로를 신호대기 없이 달릴 수 있었다. [이재동 사진작가]

#나를 위한 신호등=15일 오후 6시20분쯤 울산시 진장동 차량등록사업소 앞 사거리.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출발했다. 도심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번영로였다. 50m쯤 달렸을 무렵, 전방의 중구 보건소 삼거리에 빨간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중부경찰서 앞∼병영사거리∼병영오거리 등을 거쳐 울산MBC앞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10개의 교차로 신호등도 다가갈 때마다 차례대로 직진신호로 바뀌었다.

이날 차량등록사업소에서 야음 사거리까지 25개의 교차로를 지났지만 정지 교통신호로 인해 멈춘 곳은 복산 6거리 등 3곳에 불과했다. 교통량이 가장 많은 퇴근길 울산 도심 7.4㎞ 구간을 시속 30~65㎞로 통과한 것이다. 동승한 정태원(45·현대차 직원)씨는 “누군가 나를 위해 일부러 신호등을 조작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에 들어온 시내버스=16일 오후 1시30분쯤 동강병원으로 병문안을 가려고 울산 양정동 아파트 집을 나서던 김선혜(40·주부)씨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30622(아파트 앞 정류장 번호) #104(동강병원행 버스 노선번호)’를 입력한 뒤 ‘013-3366-3609번’(울산시 버스정보 안내 번호)으로 전송했다.

약 7초 뒤 답장이 왔다. ‘104번 현재 신전 정류장 통과, 약 4분후 도착, 다음 버스는 약 17분후 도착.’

먼저 도착하는 버스를 타기에 빠듯하다고 판단한 김씨는 10분가량 집안에 머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 뒤 정류장에 도착, 1분도 채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울산시가 도로 건설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교통난을 지능형교통체계(ITS)로 극복해가고 있다.

울산 ITS는 도시 전체의 교통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차가 가장 잘 빠지도록 교통신호등을 가동하는 ‘첨단 신호제어시스템’, 시내버스의 움직임을 전화나 문자메시지와 정류장 안내단말기로 전송하는 ‘유비쿼터스 버스정보 안내’, 인터넷에서 도로별 교통량을 CCTV로 확인해 소통이 잘되는 우회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도로정보 안내’가 주요 역할이다.

ITS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서 가동 직전인 2004년 시속 25.5㎞이던 도심 통행속도가 지난해 말 31.5㎞로 6㎞(24%)나 빨라졌다. 또 시내버스 640대의 움직임이 낱낱이 파악되면서 결행·도착지연·무정차통과 등 시내버스 3대 민원도 ITS 운영전보다 84% 감소했다.

울산 ITS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0월25~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 17회 ITS세계대회’에 참가하는 미국·일본·독일 등 80여개국 대표들이 울산교통관리센터를 찾기로 했다.

지난해 말까지 50개 자치단체를 포함해 총 373개 단체 1만308명이 이곳을 견학했다.

글=이기원 기자
사진=이재동 사진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