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취업하자” 수형자들 땀 뻘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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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석교리 화성직업훈련교도소 훈련동 용접 1반. 연두색 철창문을 열자 열기와 ‘윙’하는 소리가 함께 쏟아져 나온다. 교실 한쪽에 늘어선 부스에서 보안경이 달린 헬멧과 보호복으로 무장한 40명의 ‘학생’이 용접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이 손을 놀릴 때마다 부스 안은 ‘지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인다. 보호복 안에 입은 파란색 수의와 철창이 아니라면 이곳이 교도소라는 것을 알기 힘들다.

용접반 2학년 최모(49·2012년 출소 예정)씨는 “내가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고 출소 후에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여기서 배운 기술로 취업해 떳떳한 아들, 남편, 아버지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용접반 담임교사인 박종근(57)씨는 “여름에는 더워서 용접을 배우기 힘든데 학생들은 ‘하나라도 더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다”고 학구열을 자랑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과·제빵반 학생들이 피자 만들기 실습에 들어가기 전 임종대(왼쪽에서 둘째) 교사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다.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제공]

지난해 8월 문을 연 화성직업훈련교도소는 직업훈련 전문 교정기관이다. 재소자들이 기술을 익혀 교도소 문을 나간 뒤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설립됐다. 이 교도소는 철조망이나 외곽 감시대가 없다. 1층 상황실 CCTV(폐쇄회로TV)와 경보만으로 내외부 침입 사실을 24시간 감지한다. 복도에 걸려 있는 그림이 교도소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린다.

이 교도소는 전국 교도소의 모범 수형자 중에서 출소가 2년 안팎 남아 있는 사람을 뽑아 자격증을 딸 때까지 교육한다. 전문 기술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를 만큼 입소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현재 25명의 직업 교사가 671명의 ‘학생’에게 용접, 전기, 컴퓨터응용가공, 자동차 정비 등 15개 직종의 산업기사(2년) 과정과 기능사(1년) 과정에서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6월 자동차(도장·판금), 제과·제빵, 조리 기능사 300여 명을 배출했다.

화성교도소의 교육은 일반 직업학교와 마찬가지로 이론 30%, 실기 70%로 진행된다. 하지만 방학이 없기 때문에 일반 직업훈련학교 학생에 비해 400여 시간을 더 배운다.

시설도 최첨단이다. 로봇용접기와 두피진단기, 제동력시험기, 히트펌프장치, CNC선반, 3차원 측정기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앞으로 3년제 대학 졸업생이 취득할 수 있는 기능장 등의 고급기술자격증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컴퓨터 응용 가공반 교사 김영직(40)씨는 “우리 학생들의 기술은 외부 전문가들도 감탄할 정도”라며 “범죄자 출신이라는 편견만 없다면 최고의 인재”라고 칭찬했다.

김현석 교도소장은 “직업훈련 수료 후 기술자격증을 딴 수용자가 다시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오는 비율이 일반 출소자의 재입소율보다 15%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앞으로 취업준비반을 만들어 자격증 취득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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