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10편씩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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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하는 제2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이 각기 10편씩 확정됐다. <표참조> 20세기 한국 문학사의 두 거장인 미당 서정주 시인과 소설가 황순원 선생을 기려 제정한 이 상은 한 해 동안 한국 문학이 낳은 성과를 총 점검해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시인과 소설가에게 준다. 상금은 각각 3천만원과 5천만원이다.이번 최종 후보작에 오른 작품들은 한국 문학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예시한다.

편집자

2심 심사위원은 소설 부문 문학평론가 권성우·박혜경·임규찬·임우기·하응백씨, 시 부문은 박태일·이경호·이광호·이숭원·김춘식씨다. 임규찬씨를 제외한 심사위원 9인은 지난달 29일 오후 중앙일보사 인근 카페에 모여 합평회를 했다(임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e-메일로 작품 평가표를 보내왔다). 이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은 각자가 2심에 올라온 작품을 ABC 3등급으로 분류한 점수표를 가지고 총계를 낸 뒤 득점순에 따라 시·소설 각각 10편의 최종 후보작을 선정했다.

2심 심사자들은 다른 심사위원들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개별적으로 통보 받고 작품들을 검토했다. 심사위원들은 합평회에서 ABC 3등급 분류에 의한 다득점순 선정이 혹시 계량화된 수치만을 중시해 좋은 작품을 배제할 우려가 있는지 논의했다. 그 결과 "각자가 자신의 평가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데다 사심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식"이라며 이 방식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선정의 엄밀성과 공정함을 기하기 위해 3심제를 두고 있는 미당·황순원 문학상은 지난 1년간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의 총목록표를 작성, 시·소설 각각 50명의 심사위원들에게 추천을 받아 득점순에 따라 2심 후보작을 선정했다. 중앙과 지방에서 대표성을 인정받는 32개 문예지에 실린 중·단편 소설 7백50여편과 시 5천여편을 대상으로 예심을 했다. 미당·황순원 문학상의 수상자 자격 기준은 1권 이상의 작품집을 낸 시인과 소설가라는 점 외에는 없다.

이 과정을 거쳐 올해의 경우 2심 후보작은 소설이 50편, 시는 39명의 작품이 올라왔다. 각기 후보작으로 30편의 작품을 올리는게 원칙이나 하위 순위에 동점을 받은 작품이 많을 경우 평가의 기회를 주기 위해 공동 순위를 인정하는 것으로 했다.

소설 부문 최종 후보작의 특징은 노·장·청 3세대 작가가 골고루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노장의 관록 있는 작품과 신진의 패기 넘치는 작품 중 어느 쪽에 수상의 영광이 돌아갈지 관심을 모은다. 또 김원우·김원일·이혜경·최일남씨 등 네 명의 작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종 후보로 올랐다. 김인숙·배수아·서정인·신경숙·이승우·최윤 등 6명의 작가는 새로 올라왔다.

2심을 맡은 평론가 박혜경씨는 "최종후보작은 문학의 위기, 소설의 위기라는 말이 풍문에 불과했음을 확인시켜 줄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며 "전통적 소설 문법에 충실한 작품과 실험성이 강한 작품이 함께 선정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의 경우 관록있는 노·장의 압도적인 우세가 눈에 띈다. 시력(詩歷) 20년 내외의 시인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젊은층으로는 나희덕·최정례 시인 등이 포진했다. 김명인·김혜순·나희덕·정진규·황동규 시인 등 다섯 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마종기·오탁번·윤제림·최승호·최정례 시인이 올해 새로 후보에 올랐다.

이들 후보작 20편에 대한 작품 해설은 8월 한달간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연재된다. 독자들도 함께 감상하며 이들의 문학적 성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당선작 선정은 이 연재가 끝난 뒤 다시 부문별 다섯명씩의 최종심 심사위원을 구성해 9월 중 이뤄진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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