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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車에 한국부품 싣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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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동차 시장이 격변하고 있지만 기회는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번 해볼 만합니다."

제너럴모터스(GM)·포드·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업계의 빅3 본사가 몰려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빅3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동안 자체 생산해 오던 자동차 부품을 부품업체에서 구입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시장 공략의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빅3에 직접 납품하는 한국의 부품회사는 30여개.

지난해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은 11억2천만달러이며, 타이어 부문을 빼면 6억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해마다 매출이 20~30% 이상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춘지 ㈜광진상공 미국법인 사장은 "GM이 1996년에 자신들과 거래하는 3천여 부품업체 가운데 1백50개 우수기업을 선정했는데 그중 하나로 우리 회사가 뽑혔다"면서 "과거 독일·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았으나 이제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쟁상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94년부터 GM에 승용차의 유리창을 작동시키는 모터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예상 수출액은 4천만달러로, 자동차 80만대에 장착될 물량이다.

송석근 ㈜만도 미국법인 사장은 "올해 브레이크 시스템 등 5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며 2005년에는 1억5천만달러가 목표"라고 말했다.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GM에 1백만개의 브레이크 부품을 납품했으나 자동차가 출고된 뒤 6개월 동안 단 한개의 부품에서도 하자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현지에서는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등 주변환경 변화가 수출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창희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GM과 세계적 부품업체인 델파이가 잇따라 한국에 구매사절단을 보내는 등 최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빅3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전세계에 퍼져 있는 수십개의 공장에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회사라면 디트로이트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자동차 업체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근 부품가격을 인하한 것도 우리 업체에는 유리하다.

송석근 사장은 "크라이슬러의 경우 내년까지 부품가격을 15% 내리겠다고 방침을 정했으나 미국 부품업체는 이 가격에 납품하기 힘들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턱대고 미국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률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장은 "최소한 5년 앞을 내다보고 충분한 시장조사와 연구·개발 투자를 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인원이나마 직원을 상주시켜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현지의 마케팅 대행사를 활용하는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디트로이트=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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