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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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글방 아이가 내게 와서 말하네

"오늘은 저 산에 오르고 싶습니다

약초를 찾아 캐기도 하고

까치집 당겨 올라보기도 하고…

소나무 바람은 거문고 타고

숲 속의 새는 재잘거리고…"

"풍경이 진정으로 그러하다면

기특해라, 한껏 노닐다 오라"

-경허 스님(1849~1912) '우음(偶吟)' 중:김달진 역

그 스승에 그 제자다. 글방을 하루 쉬자고 청하는 연유나, 허락의 말씀이 이보다 멋질 수 있을까. 스승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대목은 '소나무 바람이 거문고 타고'일 것이다. 산중에 더 좋은 강의가 있으니, 휴강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숙제를 주지 않아도, 제자는 시(詩)를 가지고 산을 내려올 것이다. 두루 알다시피, 자연만큼 좋은 학교는 없다.

윤제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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