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기차 개발로 ‘빅3’ 부활 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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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엔 특별한 손님이 찾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외국 기업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는 건 드문 일이다. 더욱이 두 자릿수에 가까운 실업률 때문에 외국 기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지난달 28일 미시간주 미들랜드에서 미국 다우케미컬과 한국 코캄이 합작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었을 때도 조셉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마요르 디크스트라 홀랜드 시장(가운데)과 함께 포드의 전기자동차 ‘포커스’에 탑승해 보고 있다. 사진 왼쪽은 제니퍼 그란홀름 미시간주 주지사다. [홀랜드 AFP=연합뉴스]

그런데도 오바마가 한국 기업 행사에 굳이 참석한 건 전기차 개발에 대한 그의 집념을 보여준다. 그는 집권 초부터 전기차 개발을 역설해 왔다. 이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파산위기에 몰렸던 미국 ‘빅3’ 자동차회사의 부활을 위한 돌파구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대주주인 제너럴모터스(GM)는 올 연말부터 전기차 ‘볼트’를 시판한다. 포드도 전기차 ‘포커스’로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와 정면 대결에 나선다. 그런데 볼트와 포커스의 심장인 배터리를 독점 공급할 곳이 바로 LG화학의 홀랜드 공장이다.

이날 오바마의 ‘깜짝’ 방문은 정치적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경기부양책으로 1조 달러에 가까운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 그는 이달 초부터 경기부양 자금을 받은 공사 현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LG화학 배터리 공장도 그중 하나다. 이날 연설에서도 오바마는 LG화학을 정부가 지원하자 민간기업이 투자에 나서 친환경 일자리가 생긴 모범사례로 거듭 강조했다. 그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올여름 내내 전국 곳곳을 돌며 이 같은 일자리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LG화학으로선 홀랜드 공장을 통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을 장악할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았다. 회사별로는 물론이고 차종별로도 주문 생산한다. 이 때문에 한번 납품 계약을 하면 최소한 5년 동안은 독점 공급이 가능하다. 이번에 LG화학은 GM 볼트와 포드 포커스에 장착할 배터리 독점 공급 계약을 따내 경쟁사보다 두세 걸음 앞서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의 24억 달러의 배터리·전기차 지원금을 받은 9개 업체 가운데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독점 공급 계약을 한 건 LG화학뿐이다.

‘오바마 효과’는 앞으로 LG화학의 수주에도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현재 ▶한국 현대·기아차와 CT&T ▶미국 GM·포드·이튼 ▶중국 장안기차 ▶스웨덴 볼보 등 7개 사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일본 업체를 포함해 3~4곳과 추가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홀랜드와 충북 오창 공장 외에 유럽을 포함한 주요 거점에 생산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와 협상 중”이라며 “2015년까지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해 세계시장 점유율 20%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홀랜드(미시간주)=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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