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인 회담 후폭풍] 열린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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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사표를 시작으로 여야 지도부가 교체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4대 입법'을 다룬 4인 회담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다. 이부영 당의장까지 사퇴하면 열린우리당은 비상체제로 가야 한다.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도 사의를 밝혔다. 김덕룡 원내대표의 거취가 주목거리다. 여야 지도부의 동시 교체는 2월 임시국회로 미뤄진 국가보안법 등 쟁점 법안의 처리는 물론 여야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사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의 처리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다. 천정배 원내대표가 이미 사표를 던졌고, 이부영 의장도 강한 사퇴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의장이 사퇴할 경우 이미경.김혁규.한명숙 상임중앙위원 등 당 지도부도 함께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당 중진의원들이 이 의장을 설득하고 있어 최종 결과는 3일 오전 열릴 상임중앙위를 지켜봐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이 의장 본인도 "여러 의견이 있고, 만류하는 분들도 있다"며 "3일 당사에 나가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2일 저녁 이 의장과 접촉한 당 핵심 관계자는 "사퇴 의지가 완강하더라"고 전했다. 정장선 의장 비서실장도 "의장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이날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열린 당 중진모임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제 돌이키기가 쉽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이 의장을 향해 "개혁입법 무산의 가장 큰 책임자"라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강경파 의원은 "이 의장의 의장직 승계 때부터 적격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았다"는 말까지 했다.

문제는 이 의장이 사퇴할 경우 오는 4월 2일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을 어떻게 끌어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당헌.당규상 의장직을 승계토록 돼 있는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은 일단 승계 의지가 없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가 일괄사표를 내고 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위원회에 재신임을 묻는 방법도 있다. 신기남 전 의장이 지난해 6.5 지방 재보선 패배 후 택했던 방법과 유사한 방식이다.

지도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꾸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전당대회까지 당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를 무작정 앞으로 당기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또 비대위에 참여한 일부 강경파에 의해 당이 끌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진 의원 대부분이 끝까지 이 의장 설득에 나서는 이유다. 일단 비대위 체제로 간다면 당권파.재야파.개혁당파 등 당내 주요 계파들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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