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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전망 좋다며 왜 파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왜 줄기차게 내다 팔까."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증시가 힘없이 무너지자 그 이유를 궁금해 하는 투자자가 점차 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의 앞날을 아주 밝게 보면서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수시로 말해 왔다.

또 신흥시장 가운데 한국이 가장 유망하다는 보고서도 냈다.

그러나 이들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업체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 지난 26일 이들은 거래소시장에서 올들어 둘째로 많은 3천3백37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주식을 줄기차게 내다 팔아 많은 차익을 남겼다.

◇왜 팔까=미국 증시 불안이 가장 큰 원인으로, 펀드에서 돈을 찾아가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 수익률도 낮아지게 마련이다. 이럴 때 보통 투자자들은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펀드에서 돈을 빼간다. 이렇게 되면 펀드 운용사들은 펀드에 들어가 있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연결된다.

미국의 펀드 조사기관인 AMG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7월 18~24일)에만 미국의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백2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AMG데이터가 자금 유출입 규모를 조사하기 시작한 1992년 이후 최대치다. 또 이에 앞서 7월11~17일에도 모두 1백14억달러가 유출됐다.

미래에셋 운용전략센터 이종우 실장은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은 모두 2조5천억달러로 추정된다"며 "이들은 전 세계 증시에서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미 지난해 9월 말부터 올 1월 초까지 국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다른 지역에서 입은 손실을 벌충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즉 외국인은 지난해 9월 말 종합주가지수가 470대에 머물고 있을 때부터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700선에 도달할 때까지 매수세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700선을 돌파한 뒤부터 외국인은 간혹 주식을 사들였을 뿐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왔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외국인은 종합주가지수가 690대에 도달한 지금 보유 주식을 팔아도 이익을 보는 셈"이라며 "미국 증시 불안으로 세계 주가가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이미 본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동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국 주식 저평가 됐는가=국내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가와 시가총액 등을 외국사와 비교하면 국내 주식의 저평가 정도를 알 수 있다.

올 상반기 중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기업 중 세계 최고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실적에 비해 주가의 평가 정도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에서 삼성전자는 18배를 기록해 인텔(65배)·MS(35배)에 비해 현저히 낮다. PER는 1주당 순이익을 현재 주가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실적에 비해 주가는 저평가된 것이다.

또 기업의 시장 가치를 평가하는 시가총액만 해도 그렇다. 삼성전자의 26일 현재 시가총액은 4백38억달러로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4백31억달러)와 비슷하다.

TI가 지난해와 올 1분기에 적자를 본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조9천억원(24억7천만달러)의 순이익을, 올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냈다.

미국의 적자 회사와 세계 최고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비슷한 것은 그만큼 한국 기업이 실적에 비해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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