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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V를 다시 살리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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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iTV는 중앙 거대 방송 3사 4채널과 전파구역이 중복돼 100% 자체편성.제작을 하면서도 1차 350만명, 2차 1000만명의 시청자 권역으로 여타 지역민방과 다른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출발했다. 이는 방송허가 당국의 커다란 잘못이다. 이러한 경영여건을 외주 제작, 타지역 민방과의 공동 제작 등으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지난해 12월 21일 방송위 발표와 같이 도덕성과 타 주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결과, 시청자에게 커다란 실망만을 안기고 말았다.

경영 악화에 대한 경영진의 구조조정 우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소위 "공익적 민영방송"을 제창하게 된 조합의 몸부림은 이해되나, 이것은 오도된 지도노선으로 방송위.시청자.투자자 누구에게도 지지를 받지 못한 방안이다.

이렇게 현실적이 아닌 iTV 노조를 맹목적으로 선동, 이용한 과격 노동단체와 소위 지도자는 지금 iTV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창사 이래 한 번도 영업수익을 못 내고 누적적자가 자본금 820억원에 회사채 130억원, 즉 950억원의 출자금을 잠식하고도 초과된 회사에 거대 중앙방송 3사, 특히 공영방송 KBS.MBC도 지키지 못하는 높은 도덕성과 공익성을 강요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iTV 노조는 냉혹한 현실을 인식하고 민영방송으로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좋은 방송, 지역정서와 발전에 앞장서는 방송을 만드는 데 나서야 하겠다. 시청률이 말해주지 않는가.

부실 경영, 오도된 노조 투쟁노선때문에 비록 증자에 실패했지만 아직도 iTV는 iTV를 사랑하는 지역 시청자와 수도권 제2민방을 기다리는 많은 방송인에게는 -그리고 iTV 가족은 물론- 경인지역과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영상산업의 진흥을 위한 외주 전문 채널.매체의 균등한 발전 및 거대 공영방송과 구분되는 건실한 제2민방은 iTV를 위한 또 다른 훌륭한 조건이지만, 이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지역문화 창달과 시청자의 알권리는 국가가 앞장서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은 한국학술연구원 이사장·전 iTV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