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속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② 불국사와 해인사 장경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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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과 다보탑을 만나는 불국사

부처님이 꿈꾼 이상적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경주에 위치한 불국사에 가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불국사는 통일 신라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부처님의 나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거든요. 

삼국유사에 의하면 불국사는 경덕왕 10년인 751년에 김대성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전설에 따르면 김대성은 두 번 태어났다고 해요. 그래서 처음 자신을 길러 준 부모님을 위해 석굴암을 짓고, 두 번째 부모님을 위해 불국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불국사에는 아름다운 불상과 유적이 가득해요. 불국사의 주인인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 있고, 간결한 아름다움과 안정감이 돋보이는 석가탑과 우아하고 화려한 모습의 다보탑이 세워져 있지요.

불국사 위쪽 토함산 정상 가까운 곳에는 통일 신라의 종교와 예술, 그리고 과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적지도 있어요. 석굴암이에요. 석굴암은 크게 전실, 주실, 통로의 세 구역으로 돼 있어요. 가장 중요한 공간은 본존불이 있는 주실이에요. 3.5m 높이의 거대한 불상인 본존불은 근엄하면서도 자비로운 얼굴이 인상적이랍니다. 십일면관음보살상과 10대 제자상 등 불교와 관련된 조각도 가득해요.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 주는 공간이지요.

앞·위쪽 창 크기가 다른 해인사 장경판전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고려 시대에 부처님의 힘으로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거란 군대를 물리치기 위해 만들었는데 13세기에 몽고군의 침입에 의해 불타 버리고, 몽고군을 물리치기 위해 다시 만들게 됐지요.

대장경이란 부처님의 말씀을 제자들이 기록해 놓은 경전을 나무판에 새긴 것을 말합니다. 팔만대장경의 원래 이름은 ‘고려대장경’이에요. 경판의 수가 8만여 개에 달한다고 해 팔만대장경으로 불리게 됐어요. 대장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일본에도 있어요. 하지만 팔만대장경은 그중에서도 아주 우수하고 뛰어난 대장경이에요. 송나라와 거란에서 제작한 대장경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내용이 완벽한 것은 물론,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제작됐거든요. 나무를 바닷물에 3년 동안 담갔다가 꺼내 자르고, 다시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 말려 글자를 새겼지요. 그리고 벌레와 습기를 막기 위해 옻칠을 한 뒤 마무리로 동판을 붙였답니다.

해인사는 가야산 자락의 중턱에 위치한 유서깊은 절이에요. 이곳에는 두 개의 문화재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습니다. 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과 이를 보관하고 있는 장경판전입니다. 대장경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은 세계문화유산, 대장경은 기록 유산으로 등록돼 있지요.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은 자연환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과학적인 건축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다라장과 법보전 2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장경판전은 앞쪽과 뒤쪽의 창의 크기가 다르답니다. 남쪽의 창은 아래쪽이 크고 위쪽이 작고, 북쪽의 창은 아래쪽이 작고 위쪽이 크지요. 바람이 남쪽의 큰 창으로 들어와 경판 사이를 돌아 북쪽의 큰 창으로 빠져나가요. 이렇게 공기가 잘 통하도록 만든 덕분에 대장경이 부식되는 걸 막을 수 있었어요. 또한 장경판전 바닥에 숯과 소금, 횟가루과 찰흙·모래를 섞어 다져 넣었어요. 건물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이렇게 과학적인 설계 덕분에 팔만대장경을 오늘날까지 온전한 상태로 보관할 수 있었답니다.

< 글=이형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저자 >
[사진제공=시공주니어 / 일러스트=장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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