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어린이 전학 이끈 ‘아토피 안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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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3일 오전 충남 금산군 군북면 상곡리 서대산(해발 904m)자락에 위치한 상곡초등학교 교실. 교실 벽이 다른 학교의 콘크리트와 달리 누런 황토로 돼 있다. 학교 측이 지난해 말 콘크리트 벽을 허물고 황토벽돌로 교체한 것이다.

3개 교실에는 킹벤자민,폴리샤스 등 10여 종의 식물을 심은 화분이 각각 20여 개씩 놓여있다. 학생들은 식물이 있는 황토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상곡초는 화장실 등 극소수의 시설물을 제외하고는 교실벽·담장 등 모든 구조물의 콘크리트를 걷어 내고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는 황토로 리모델링하고 교내 통행로 등에는 잔디와 나무를 심었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를 맞자 친환경적인 요법으로 아토피를 치료하려는 도심 학생들의 전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5월말까지 16명(3학급)이던 전교생이 20명으로 늘어 폐교 논란을 잠재웠다.

충남 금산 서대산 자락에 있는 상곡초 학생들이 김영민 교장, 교사와 함께 교내에 조성된 숲길을 걷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슬기(11·4년)양은 경기도 부천시 오정초등학교를 다니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1일 이 학교로 전학 왔다. 최양처럼 아토피 때문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상곡초로 전학을 온 학생들은 지난달 초부터 지금까지 4명이다. 이 학교 학생수가 늘어난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최양 등은 금산군 보건소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상곡초의 아토피 치료 홍보물이나 입소문을 듣고 전학을 왔다.

최양의 어머니 여운순(41)씨는 “그동안 슬기의 아토피 치료를 위해 모든 방법을 썼으나 효과가 없어 고민하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상곡초의 소개 내용을 보고 자연환경 속에서 치료를 해 보려고 딸을 전학시켰다”고 말했다. 상곡초에는 이달말까지 6명의 학생이 전학을 오기로 했으며 대기자도 10여 명에 이른다.

김영민 교장은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가 한 달에 2건 이상 걸려 오고 있으나 이사를 오는 가족이 거주할 주택이 부족해 학생들의 전학을 대기 시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00여 가구가 사는 상곡리 상곡초는 다른 지역 농어촌 초등학교처럼 2000년 이후 매년 2∼3명의 학생이 도시로 전학을 가면서 60여 명에 이르던 전교생이 지난해 3월 16명으로 줄어 폐교가 검토됐었다.

따라서 교사들과 금산군,마을 주민들은 폐교위기를 맞은 학교를 살려 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낸 결과 학교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 등 청정지역이라는 장점을 살려 아토피 치료에 좋은 친환경적인 학교로 만들기로 했다. 학교 측과 금산군보건소는 지난해 말 3000만원을 들여 교실벽을 ‘황토벽돌’로 리모델링하고 학교 주변에는 편백나무 등의 숲을 조성했다..

또 마을주민 50여 명도 군의 융자금 1억원으로 아토피 치료를 위해 이주해온 도시민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할 황토주택 5채를 건립했다.

금산군은 지난해 말 상곡초를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하고 의약품 제공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군은 앞으로 아토피 치유를 위해 조성한 남이면 산림문화타운의 1.6㎞ 편백나무 숲과 자연휴양림을 연계해 전학생들을 대상으로 아토피 퇴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길호 금산군보건소 건강도시담당은 “앞으로 이 마을에 ‘아토피 빌리지 타운’을 건설하는 등 전국 최고의 아토피 치유지역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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