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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선 인터넷 개방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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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연말쯤엔 전국에 무선랜(와이파이·WiFi) 지역이 4만8000여 곳에 이를 전망이다. 무료로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그동안 한국의 무선 인터넷 분야는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2006년 이후 미국과 유럽, 중국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무선 인터넷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한국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다행스럽게 불과 1년 만에 이들을 따라잡게 되는 것이다.

무선 인터넷에서 한발 앞선 KT는 와이파이 존을 연말까지 2만7000여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통합 LG텔레콤은 초고속 서비스를 선보이며 자신의 고객들에게 와이파이 존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무선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도 반격에 나섰다. 3세대 이동통신(3G)의 용량을 확대해 데이터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통신 3사들로선 수천억원의 수익원을 포기하는 자살행위일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확산으로 와이파이 존이 얼마나 잘 갖춰졌느냐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이상 피하기 어려운 싸움이다.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서비스는 다양해지고 통신요금은 내려가고 있다. 그동안 초과요금이 겁나 무선 인터넷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가처분 소득의 7%를 통신비로 지출해온 우리 소비자들에겐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디지털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새로운 기회에 반색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LG전자의 옵티머스, 팬택의 베가 등이 쏟아지고 있다. 한동안 뒤처졌던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산업에도 새로운 자극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무선 인터넷 경쟁이 예전의 보조금 경쟁처럼 소모적인 싸움으로 흘러선 곤란하다. 가열되는 와이파이 존 구축 사업에서부터 과잉·중복 투자의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똑같은 곳에 중계기와 기지국을 경쟁적으로 세우고 있다. 상대업체에 무선 인터넷망을 개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SK텔레콤과 LG는 동등 접속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KT는 “개방할 준비는 돼 있지만 무임승차는 곤란하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공정한 중재가 절실하다.

이제 폐쇄적이던 통신업체들의 무선 인터넷 사업구조는 완전히 개방됐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도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모바일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다. 무선 인터넷 강국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유선 인터넷 강국이 된 것도 10년간 줄기찬 노력을 펼친 덕분이었다. 모바일 산업을 성공시키려면 과감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과잉·중복 투자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업체들이 힘을 모아 네트워크-단말기-콘텐트를 아우르는 모바일 생태계를 키워가야 한다. 무선 인터넷 개방으로 새로운 IT 고속도로가 깔렸다. 또 하나의 세계 일류산업을 탄생시키기 위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