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미국발 실적 랠리,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랠리’ 양상이 달라졌다. 자기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 내용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리는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관련 기업 실적, 그것도 3분기 전망에 따라 울고 웃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2분기 영업이익 5조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발표한 7일, 주가는 오히려 6000원 내린(-0.77%) 76만9000원이 됐다. 그러나 13일(현지시간) 인텔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자 이튿날 삼성전자 주가는 2만8000원(3.52%) 뛰었다. 외국인들이 이날 하루에만 삼성전자 주식 217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인텔이 올 3분기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게 호재였다. 인텔 자체 집계한 3분기 매출(전망치)은 116억 달러로 증권사의 예상치(111억 달러)보다 높았다. “재고가 많지 않다”는 발표도 했다. 그러자 3분기에도 정보기술(IT) 경기가 좋을 것으로 판단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 한국의 IT기업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의 발표 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들을 움직이는 힘은 삼성전자보다 인텔이 훨씬 강했던 것이다.

현대증권 김철민 연구원은 15일 발표한 ‘글로벌 실적 랠리 발동과 업종 전략’이라는 보고서에서 “20일 발표되는 애플의 실적도 아이폰 판매 호조와 아이패드 출시 효과에 힘입어 양호한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전망치가 저조한 것은 부담이다. 골드먼삭스의 2분기 주당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3%, 씨티그룹은 87.8%,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6.4% 감소할 것이라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예상하고 있다.

권혁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