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모셔라 '몸싸움'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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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대학 농구팀 감독들이 모두 안달이 나있다.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인 하승진(2m18㎝) 때문이다. 하선수는 수원 삼일상고 2학년으로 대학 진학까지는 1년반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스카우트의 표적이 돼있다. 허재나 서장훈이 대학에 입학할 때보다 더 시끌시끌하다.

중앙대 조재구 감독은 "서장훈과 하승진 중에서 고르라고 해도 하승진을 택할 것이다. 골대 가장 가까이에서 득점 확률이 높은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리도 좋아 갈수록 효용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평했다.

연세대 김남기 감독은 "키가 2m10㎝를 넘는 아시아 선수 가운데 그 정도 스피드를 가진 선수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선수가 속한 삼일상고는 올해 세차례 대회에 출전해 모두 우승했다. 하선수는 가장 최근 대회인 종별 선수권대회에서 평균 32분을 뛰고 경기당 19득점·15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경기당 15분 정도밖에 뛰지 못했던 지난해에 비해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였다.

하승진의 부친 하동기씨도 농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아들을 최고의 농구선수로 키우고 싶었다. 신장이 2m인 아버지를 빼닮은 하승진은 돌이 지나자 몸무게가 20㎏을 넘어섰다.

하씨는 장신 선수에게 흔히 발생하는 부상을 우려해 아들을 중학교 1학년에 들어서야 농구부에 가입시켰다. 그런데도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다리가 부러져 지난해에야 본격적인 운동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하승진은 큰 키를 떠받치지 못하는 약한 체력 때문에 힘 좋은 선수들에게 대항을 못했다. 그래서 그냥 가능성이 있는 선수 정도로만 여겨졌다.

대학 진학도 그리 까다로운 문제가 아니었다. 연세대나 중앙대로 진학할 생각이었다. 최희암 전 연세대 감독은 하승진 스카우트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미완의 대기'가 스피드와 체력을 보완하면서 서장훈·김주성을 능가할 대센터로 성장했다. 각 팀이 군침을 흘리자 하승진측에서는 여유가 생겼다.

아버지 하씨는 "어느 대학에 가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승진이의 목표는 미국프로농구(NBA)진출이다. 그렇다면 국내 대학에서 혹사당하는 것보다 미국 대학에서 체계적인 센터 교육을 받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고는 국내 대학 감독들과는 일절 접촉을 회피한다.

한 대학 감독은 "가끔씩 삼일상고와 연습경기를 하면서 하씨와 만날 기회를 노리는데 그때마다 하씨는 경기를 지켜보면서도 종료 직전에는 꼭 사라진다"고 말했다.

아버지 하씨는 올해 초 한 대학이 스카우트비로 4억원을 제의하자 이를 웃으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구계에서는 10억원설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하승진 보이코트론'도 나오고 있다. 한 대학 감독은 "거액의 스카우트비도 무척 부담스럽지만, 이보다는 하승진을 데려가는 대학이 향후 4년간 대학농구를 석권할 것이 뻔해 대학농구 자체가 재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대학 팀들이 단합해 하승진을 뽑지 말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외국 대학으로 보내거나 프로농구로 직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은 남아 있다. 연세대 이재호 코치는 "삼일상고에서 연습경기 제의를 하면 거절할 수 있는 팀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고교 감독은 "대학 팀들이 하승진에게 눈이 팔려 다른 고교 팀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탄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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