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 '우드의 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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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1개월간이나 우승에 목말라 했던 김미현(25·KTF)이 마침내 갈증을 해소했다. 그동안 다섯 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는 아픔을 겪었기에 역전승으로 따낸 우승은 더욱 청량했다. 김미현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비에너 스쿼크릭골프장(파72·5천8백73m)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자이언트이글클래식(총상금 1백만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백2타로 켈리 로빈스(미국·2백3타)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시즌 첫승이며 통산 4승째다. 우승상금은 15만달러(약 1억8천만원). 김미현은 2000년 9월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1년9개월 동안 무관으로 지냈다. 다섯 차례나 준우승을 하는 등 줄곧 우승권을 맴돌았지만 정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더구나 다섯 차례 준우승 가운데 네 차례가 막판 역전패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미현에게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올해 초부터 시도해왔던 정상스윙을 포기하고 특유의 오버스윙으로 되돌아갔으며, 2000년에 함께 했던 캐디(크리스천 버드아이)와 재결합했다. 개막 사흘 전에는 2년여 사용해 온 클럽을 우드에서부터 아이언까지 모두 '핑'으로 바꾸는 모험도 강행했다. 이같은 변화가 심기일전의 계기가 됐을까.

최종일 라운드에서 1m53㎝의 단신 김미현은 1m75㎝의 장신 로빈스와 마지막 챔피언조로 출발했다. 머리 하나가 더 작은 김미현은 로빈스에 비해 티샷에서 두 클럽 이상 거리 차이가 났다. 로빈스가 세컨드샷에서 6~7번 아이언을 잡을 때 김미현은 7번우드를 잡아야 했다. 그러나 김미현은 '우드의 여왕' 답게 다섯개의 우드를 적절히 구사하며 거리의 열세를 극복해 나갔다.

로빈스에게 1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김미현은 3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선두로 올라섰지만 LPGA 투어 9승의 베테랑 로빈스는 다시 5번홀(파5)과 9번홀(파3)에서 버디로 맞받아쳤다. 오히려 2타 차로 밀렸지만 김미현은 동요하지 않았다. 퍼팅이 홀을 외면해도 예전처럼 고개를 떨어뜨리지도 않았다.그저 자신의 게임에만 몰입했다.

꾸준히 파를 지키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던 김미현은 11번홀(파4·3백29m)에서 찬스를 잡았다. 김미현이 8번 아이언으로 홀옆 60㎝에 공을 붙이자 샌드웨지를 잡은 로빈스는 공을 그린 우측 벙커에 빠뜨렸다. 김미현은 버디를 잡아냈고, 로빈스는 보기를 범했다.

동타를 이룬 두 선수는 이후 16번홀까지 파 행진을 하며 숨막히는 접전을 벌였으나 운명의 17번홀에서 승리의 여신은 김미현에게 미소를 보냈다. 로빈스가 티샷을 페어웨이 왼쪽 러프로 보내며 흔들리는 동안 김미현은 7번우드로 공을 홀컵 1.2m 지점에 붙여 회심의 버디를 낚았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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