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1조 증자 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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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카드 채권은행장들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LG카드 증자를 골자로 한 회생안을 발표한 뒤 밝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LG카드 채권단과 LG그룹이 LG카드 지원 방안에 합의했다.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는 지난해 12월 31일 "LG카드의 증자규모를 당초 1조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줄이고 채권단과 LG그룹이 각각 5000억원씩을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총재는 이날 채권은행단 회의가 끝난 뒤 "LG카드의 실적 호전으로 자본잠식 규모가 예상보다 2000억원가량 줄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카드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과 LG그룹이 지원하는 1조원과 공모 발행 물량 1000억원을 더해 1조1000억원을 증자키로 결의했다. 채권단은 LG카드 정상화를 위해 대출 금리를 현재 연 7.5%에서 5.5%로 내려주고 대출 한도를 3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 협상 경과=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딜로이트컨설팅의 실사를 토대로 당초 LG 측에 8750억원의 출자전환을 요구했지만, LG 측은 올 초 1조1750억원을 지원키로 한 확약서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 왔다.

LG그룹은 LG전자 등 계열사들이 보유 지분도 없는 LG카드에 출자하는 것은 증권집단소송에 제소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출자전환을 거부했다.

그러나 LG카드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지라는 채권단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LG는 법적인 문제를 없애면서 책임도 분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LG그룹은 객관적인 근거를 만들기 위해 김&장 등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정 분담금이 최고 2643억원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냈고, 채권단과의 최종합의에서도 이를 관철시켰다. 대신 나머지 2357억원은 LG그룹의 대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어음 등으로 출자키로 했다. 구본무 회장은 확약서 이행을 위해 ㈜LG의 지분 5.46%를 이미 제공했기 때문에 이번에 개인 부담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친인척을 설득해 증자에 참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정상화 발판 마련=LG카드의 경영 정상화 가능성은 커졌다. 올 9월부터 3개월 연속 흑자가 나면서 12월까지 4개월간 1500억~2000억원 규모의 누적 흑자가 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신규 부실 발생이 줄고 과거 부실채권의 회수율이 높아진 덕이다. 대출채권의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한도껏 쌓은 것도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LG카드는 이번 증자로 8000억원선의 자본잠식을 해소하면서 3000억~4000억원선의 자기자본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현재 보유 중인 현금 7000억원가량까지 합하면 운용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LG카드의 조기 매각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그러나 신중론도 여전하다. 올초까지는 내수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신정 연휴 직후인 3일 940억원을 비롯해 1월 중 1조2000억원의 만기채권이 도래하는 것도 문제다.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되기 전에는 자금운용이 쉽지는 않다는 얘기다. 결국 LG카드가 완전히 회생할지는 올해 내수가 얼마나 살아날지에 달려 있다.

김동호.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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